전 국민이 슬픔에 잠겼다. 비탄과 노여움의 감정이 불쑥불쑥 솟아오른다. 직접 사고를 당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공감하기 때문이다.

칼로 베인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치유되지만, 마음의 상처는 뇌에 각인되어서 오랜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으며, 비슷한 사건을 볼 때마다 회상되어 다시 상처를 준다. 이른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것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신체적인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심적 외상을 받은 뒤에 나타나는 질환이다. 충격 후 스트레스 장애,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 외상 후 증후군,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트라우마라고도 한다.

주로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사건에서 벗어난 사건들, 이를테면 천재지변, 화재, 전쟁, 신체적 폭행, 고문, 강간, 성폭행, 인질사건, 소아학대, 교통사고, 그 밖의 대형사고 등을 겪은 뒤에 발생한다.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개인에 따라 다른데, 충격 후 즉시 시작될 수도 있고 수일, 수주, 수개월 또는 수년이 지나고 나서도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어야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고, 증상이 한 달 안에 일어나고 지속 기간이 3개월 미만일 경우에는 급성 스트레스 장애에 속한다.

증상은 쉽게 깜짝 놀라고 불안해하며 잠을 자지 못하고 집중이 어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베트남 참전 용사의 경우 항상 벽쪽에 등을 대고 있고, 강간을 당한 사람의 경우는 범인이 있는 것처럼 경계한다. 충격의 재경험 증상은 사건에 대한 기억이나 꿈, 환각이 재연되어 실제와 같이 느끼고 신체적 증상이 나타난다. 기억이 거의 없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도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신체적 증상이 나타난다. 감정 회피 또는 마비의 증상은 정상적인 감정이 없어지는 것을 뜻하는데 비현실적인 감정만 들기 때문에 분노와 피해의식, 수치심이 들게 된다.

암 환자를 진료하면 가장 많이 접하는 문제가 스트레스이다. 부모 자식간, 고부간, 형제간, 직장동료간의 문제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부부관계의 스트레스이다. 배우자에게서 느낀 배신감, 배우자로부터 받은 정신적 충격이나 모멸감, 지나치게 완벽한 성격의 배우자로 인해 느끼게 되는 압박감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며, 이 스트레스를 제 때에 제대로 해소시켜 주지 못 할 경우 가슴속에 응어리가 생기며, 그게 바로 암의 씨가 된 것이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도 그렇고 마음속의 응어리(‘화’라고도 한다)도 빨리 풀어버리면 아무 일도 아니지만, 가슴속에 묻어두면 육체적인 문제를 초래하며, 대표적인 게 바로 암이다.
 

‘뜨거운 감자’라는 표현은 중요한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다루기 어렵거나 난감하고 해법을 찾기 어려운 미묘한 문제를 일컫는다. 뜨거운 감자를 손에 들었다고 상상해 보자. 뜨거워서 입이 데일 거 같아 바로 입에 넣지도 못 하고, 들고 있자니 손이 뜨거워서 들고 있기도 힘들어서 이 손 저 손 옮겨가며 억지로 참고 있는 형국이다.

조금만 지나면 먹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에 손이 데이면서도 억지로 견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먹는 걸 포기하고 손에서 놓아버리면 그만이다. 손이 데이는 고통은 바로 사라진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찌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겠냐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제각각이며, 그에 따라 어떤 이는 긍정적인 자극으로 승화시키지만, 어떤 이는 암을 키워간다. 암의 많은 원인 중에 스트레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으며, 마음관리가 암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마음관리는 스스로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 성격 때문에 암을 키울 정도로 마음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사람이 한순간에 마음을 고쳐먹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음관리는 마음관리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심리상담 전문가, 성직자들이 그들이다.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전문가를 찾기를 강조한다.

   
 

 

 

 

 

 

 

 

 

 

 

 

김진목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외래진료교수
의학박사, 신경외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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