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만에 부활한 화가 이중섭의 ‘고된 삶’



동구 범일동에 ‘이중섭의 범일동 풍경거리’

갤러리, 판잣집 등 피란시절 삶과 작품 재현



천재화가 이중섭(1916~1956)의 부산 피란 시절 삶과 작품이 사후 60년만에 동구 범일동 일대에서 재현된다.

11일 동구청은 ‘이중섭의 범일동 풍경거리’(범일동 부산은행~마을광장 400m 구간)에 ‘이중섭 갤러리’와 ‘거리미술관’,‘희망길 100계단’, ‘판잣집 화실 포토존’, ‘마사코 전망대’ 등의 개소식을 13일 갖는다고 밝혔다.

이날 개소식에는 이중섭의 일본인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92·한국명 이남덕)여사의 영상편지도 공개된다.

6.25 피난시대 부산 남포동 거리는 많은 예술가들로 붐볐다. 이중섭도 아내와 아들 둘을 데리고 피란민촌이던 범일동에 머물면서 부두 노동으로 생계를 꾸렸다. 부두 일이 없을 때면 광복동 ‘7커피’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이 때 그린 작품이 희대의 명작으로 꼽히는 ‘범일동 풍경’이다.

마사코는 1952년 아들 둘을 데리고 일본으로 떠났고 이중섭은 부둣가를 전전하며 문인,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외로움을 달랬다. 이중섭은 1956년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영양실조, 간염으로 9월 6일 서대문 적십자 병원에서 쓸쓸하게 운명했다. 무연고자로 처리된 주검은 사흘 만에 이중섭으로 밝혀졌다.

이 곳 이중섭거리에는 이중섭의 범일동 시절의 일화를 스토리로 구성한 갤러리 3곳을 비롯해 담벼락을 따라 ‘1951년 범일동 피란민에서 자유인으로’, ‘1952년 부두의 이별, 나도 곧 따라가리다’ 등 이중섭의 일대기를 볼 수 있는 거리미술관을 꾸몄다.

마을광장과 연결되는 희망길 100계단에 포토존을 마련하고 경사가 높고 긴 계단을 쉬엄쉬엄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소처럼 걸음을 옮기면서 안간힘을 다해 제작을 계속하고 있소’ 등 당시의 궁핍함이 엿보이는 편지글들을 볼 수 있다.

이어 사방이 확 트인 곳에는 ‘마사코전망대’가 들어선다. 지상 2층 연면적 33.24㎡ 규모인 이 건물 1층에는 주민 사랑방과 이중섭 갤러리, 2층은 전망대와 이중섭의 편지글 등으로 꾸며진다. 또 이 곳에는 이중섭이 그림을 그리던 판잣집 화실도 설치 미술로 재탄생한다.

정영석 동구청장은 “ 4억 6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해 8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며 “이중섭의 부산 생활과 흔적을 되살리고 새로운 옷을 입혀 낙후된 범일동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이중섭거리를 조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상연 기자 lsy@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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