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 과거 병력에서 심근경색까지

긴박했던 간밤 한남동…5분만 늦었어도 위험

○…10일 밤 10시 10분께 평소처럼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던 이건희(72) 삼성그룹 회장은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 증상을 느꼈다.

사태가 심각함을 직감한 비서진은 평소 건강관리를 맡은 서울 일원동의 삼성서울병원이 아니라 인근의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으로 이 회장을 이송하기로 했다.

시간은 밤 10시 50분을 지나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5분 늦었더라도 상황이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는 긴박한 순간이었다.

밤 10시 56분 순천향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이 회장은 심장마비 상태였다. 급성 심근경색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이 병원 흉부외과의 장원호 교수의 주도로 곧바로 심폐소생술에 들어갔다. 심장마비로 뇌에 혈액 공급이 4∼5분만 중단돼도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뇌가 손상되면 회복되고서도 의식이나 지능을 되찾지 못해 정상생활로 복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회장은 관상동맥에서 뻗어나간 동맥혈관 중 하나가 막혀 심근경색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흉부압박과 인공호흡 등 7∼8분에 걸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자, 심장 박동과 호흡이 살아났다. 흉부와 양쪽 가슴 사이 정중앙 압박을 20∼30회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의식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고비를 넘겼다고 판단한 의료진과 비서진은 상의 끝에 이 회장을 주치의가 있는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순천향대병원을 출발한 시간은 11일 0시15분이었다. 이 회장은 기도 확보를 위해 기관지에 삽관을 한 상태로 이송됐다.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한 후 송재훈 병원장과 정은석 심장센터장 등은 상의 끝에 오전 1시 심장의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기 위한 ‘스텐트(stent) 삽입 시술에 들어갔다. 스텐트 시술은 권현철 순환기내과 교수가 집도했다. 시술은 1시간이 지난 2시7분께 끝났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시술이 잘 끝나서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며 “자가 호흡이 돌아왔고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순천향대병원에서의 초기 응급 치료가 매우 잘 이뤄졌다”며 안도했다.

이 회장은 24시간의 저체온 치료 후 정상체온을 회복하게 되면 수면 상태에서 깨어날 것으로 의료진은 예상하고 있다.

심근경색과 처치술인 스텐트 시술이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진단받은 급성 심근경색과 그 처치술인 스텐트 시술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이 순천향대학병원에서 받은 심폐소생술(CPR)은 일시적으로 심폐기능이 부전상태에 빠진 환자의 생명을 되살리는 매우 기본적인 응급의료 기술이다. 이미 선진 서구사회에서는 표준화된 심폐소생술이 일반에게 널리 보급돼 위급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 기술 덕분에 환자는 개인적으로도 뇌손상 없이 회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급사로 말미암은 인적·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심장마비를 목격하자마자 즉시 심폐소생술을 효과적으로 시행하면 시행하지 않았을 때와 견줘 심장마비 환자를 구할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진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심근경색은 우리나라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질환으로 갑자기 관상동맥(심장 혈관)이 막히고 심장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심장 근육의 조직이나 세포가 죽는 상황을 말한다.

심근경색 환자들은 대부분 가슴이 아픈 증상(흉통)을 호소하고 그 통증이 팔로 뻗치기도 하며 호흡곤란이 함께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종종 흉통이 나타나기 전에 실신하는 경우도 있다. 이 회장의 경우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자택에서 순천향대 병원 응급실로 이동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장기육 교수는 “이 회장의 경우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심근경색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며 “첫 번째는 나이가 많아 관상동맥질환이 심해졌음에도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문제가 됐을 수 있고, 두 번째는 관상동맥질환이 심하지 않더라도 갑자기 혈전이 생기면서 심근경색으로 심장마비가 왔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심근경색은 무엇보다 얼마나 신속하게 치료가 이뤄지느냐가 생명을 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근경색으로 진단을 받으면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는 응급조치를 받고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시술을 받는다.

대표적인 시술로는 손목 또는 대퇴부 혈관에 삽입한 얇은 관을 이용해 막힌 혈관을 풍선으로 확장시키는 풍선확장술과 작은 금속관을 넣어 혈류가 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스텐트 시술이 있다. 장 교수는 “스텐트 삽입술 이후에는 항혈소판제, 항혈전제를 섞어 투약해 열어준 혈관이 다시 막히지 않게 하고 부정맥이 오지 않게 하는 처지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혈관이 막힌 상태를 2시간 이상 방치하면 심장 근육의 괴사가 진행돼 치료해도 효과가 떨어지며 예전과 같은 심장 기능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일단 심한 가슴 통증이 생긴다면 빨리 가까운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 특히 평소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심근경색을 일으킬 원인 질환을 앓고 있다면 가까운 응급병원을 파악해두는 게 도움이 된다.

이회장 병력은?

이 회장이 호흡기 문제로 입원해 치료를 받은 적은 있으나 심장마비가 와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평소 크고 작은 건강 문제가 생길 때마다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던 이 회장이 처음 순천향대병원을 찾은 것이 간밤의 긴박했던 상황을 암시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942년생으로 올해 만 72세인 이 회장은 폐 부분의 림프암이 발병해 1999년 말∼2000년 초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은 바 있다. 이 회장은 수술 후 재발을 막고자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있으며, 의료진의 권유로 매년 겨울이면 기후가 따뜻한 해외에서 지내며 건강관리를 해오고 있다.

올해도 1월 초 신년행사 후 출국해 3개월가량 해외에 머물면서 요양과 경영구상을 하다 지난달 17일 귀국했다. 이 회장은 국외로 나갔다 올 때마다 하루 이틀씩 병원에서 건강의 이상 유무를 체크하는 등 꼼꼼하게 건강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감기 등이 호흡기 질환으로 번지면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에도 감기가 폐렴 증상으로 발전하면서 열흘 정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앞서 2009년 3월에 기관지염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나흘간 치료받았으며, 2008년 1월에도 독감으로 1주일 이상 입원한 바 있다.

언론에 보도된 것만 이정도일 뿐 알려지지 않은 크고 작은 치료나 건강 검진 사례는 훨씬 빈번하다는 것이 삼성 주변의 얘기다. 이 회장은 이처럼 취약한 건강 때문에 끊임없는 건강 악화설에 휘말리고 있다.

한번은 한남동 집 주변에 집 주변에 구급차가 서 있는 것 때문에 이 회장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헛소문이 돌면서 소동을 빚은 적도 있다. 지난해 병원 입원 때는 신경영 20주년 기념 만찬을 연기해 위독설로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퇴원 직후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와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하는 등 굵직한 대외활동을 재개해 건강에 대한 우려를 누그러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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