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를 이어 주는 끈이다’는 에머슨이 했던 책에 대한 평가다. 같은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순간, 누워 있던 활자는 생동하는 지식이 되고 사상이 되며 유희가 되기 때문이다.

예전엔 평소 읽던 책에 대해 담소를 나누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배경이 되던 곳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지역 서점들이었다. 소위 동네 책방들이야말로 도서 보급의 최일선이었고, 책방 주인들은 원조 ‘북마스터’들이었다. 하지만 지식 나눔의 전당이었던 서점들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서점 숫자는 2003년의 3589개에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다 2000년대 후반 들어서 가파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2331개로 10년만에 1000개 넘는 서점이 사라졌다. 또한 문구 등을 판매하지 않고 순수하게 책만 판매하는 서점은 1625곳에 불과하다.

지난 1970년 문을 연 부산 최대 도매서점인 한성서적의 매출도 최근 5년간 30% 이상 줄었다고 한다. 그리고 공급처도 10년전 250곳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남아있는 서점들이라고 장사가 잘되서 남아있는게 아니란 점이다. 최근에는 직접 서점에서 책을 확인한 뒤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하는 독자도 많다. 인터넷 서점의 매출은 2003년의 3444억에서 2011년에 이미 1조 2000억을 넘어서 4배 이상의 급성장세를 보여줬다. 지역을 대표하고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하던 서점들조차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정녕 아무런 방법도 없는 것일까?

정부는 최근 최재천 의원의 발의로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두가지다.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간행물의 정가를 변경할 수 있는 것과 도서의 할인율을 15%로 제한한 것이다. 이 중 두번째 수정 사항에서 지역 서점들이 작은 희망을 가질 것 같다. 하지만 이것에는 맹점은 있다. 애초에 책을 사가는 단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같은 할인율로 판매를 해도 지역서점이 얻는 이익은 더 적은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인터넷 서점 만큼은 아니더라도 덩치를 키우는 것이다. 최근 전국 지역 서점들이 보고 배워도 좋을만한 사례가 부산에서 있었다. 부산의 40여 개 지역서점 대표가 공동 출자해 ‘부산서점협동조합’을 설립한 것이다. 이들은 도서납품 작업을 위한 공동작업장을 설치하고 공동 구매·판매를 통해 유통비를 절감시켰다. 그리고 인터넷 서점들과 거의 동일한 부산 전 지역 도서 배달과 15%할인, 마일리지 적립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책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충만한 아이템이다. 지역 서점에서 책을 직접 확인하고 비슷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면 사라졌던 소비자들의 발길도 다시금 서점으로 돌아올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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