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안산시 화랑유원지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 옆. 인적 드문 오솔길 옆의 한 전봇대에 기대져 있던 세월호 승무원 고(故) 박지영씨의 ‘판화 영정’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분향소 한 자원봉사자는 “어제(10일) 낮에 박씨 집안 사람이라는 분이 오셔서 ‘분향소에 못 들어간 판화 영정이 구석진 곳에 놓여 있다는 것을 차마 두고 볼 수 없다’며 가지고 갔다”고 전했다.

자신을 ‘박지영 집안 지인’이라고 밝힌 그는 인근의 분향소 안내도에다가 판화 제작자에게 A4용지 반쪽 분량의 글을 남겨 놨다.

그는 “이렇게 감사하고 고맙게 베풀어 주신 거 너무 감사합니다. 하지만 부모된 도리로서 여기 이 모습으로 놔둘 수가 없어 가지고 가고 싶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이해해주시고 너무 감사한 마음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가지고 가야하는 마음 꼭 이해해주시리라 믿고 갑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본 한 추모객은 “공중화장실 맞은 편 외진 전봇대에 판화 영정이 놓인 것을 전해듣고 유족들이 오죽 가슴이 아팠으면 가져갔을까”라며 “판화를 만들어 갖다놓으신 분의 마음이나 부득이 집으로 가져간 유족의 마음 모두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름 모를 추모객이 놓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이 판화 영정에는 박씨의 얼굴 그림과 짤막한 글이 새겨져 있었다.

‘故 박지영님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박지영님. 당신은 우리 마음속의 진정한 선장입니다. 22살... 학생들보다 겨우 5살 많은 당신도 우리가 지켜야 할 어린 청년이었습니다. 못난 어른들을 용서해 주세요... 박지영씨 어머님 정말 미안합니다. 그리고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가슴 아픈 메시지가 쓰여있다.

판화를 제작한 이는 숨진 박씨가 세월호 선원이었다는 이유로 혹여 다른 유족들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봐 이 판화를 합동분향소에서 100여m 떨어진 전봇대 옆에 기대놓고 간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사고 당시 한 학생이 “왜 구명조끼를 입지 않느냐”고 묻자 “승무원들은 마지막까지 있어야 한다. 너희 다 구하고 나도 따라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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