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입원] - 그룹 지내구조에 미치는 영향

“사전에 이상 징후 있었나”
사업·지배구조 재편 작업 가속화될 듯

이건희 회장의 돌연한 건강 악화로 삼성그룹의 경영에 변화가 예고되면서 삼성그룹이 시동을 걸기 시작한 계열사 사업·지배구조 재편 작업의 배경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주 삼성SDS 연내 상장 발표를 비롯한 일련의 조치들이 이 회장의 건강 문제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업·지배구조 재편이 삼성그룹에서 밝히는 사업 경쟁력 강화 등 대외적인 목표 외에 만약에 있을지 모를 경영상의 변화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최근의 경영 조치들은 관련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평소 이 회장의 건강관리를 맡고 이번 응급 심장 시술을 담당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도 “사전에 심근경색 발생 징후는 없었다”고 했다.

사업·지배구조 재편을 이 회장의 건강 문제를 연관지으려는 시각은 무엇보다 삼성그룹이 사업·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재개한 시점이 지난해 이 회장의 건강 악화설이 제기된 직후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회장이 2012년 11월 말 ‘자랑스런 삼성인상’ 수상자들과의 만찬 직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 한 뒤 100일이 넘게 출근을 하지 않고 해외 체류 기간이 길어지자 건강 악화설이 불거졌다.

이 회장은 석 달 가까운 해외 체류 후 귀국해 4개월 보름만에 출근했으나 소문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와 함께 당초 지난해 6월7일이던 이 회장의 신경영 20주년 기념 만찬이 10월 말로 두 차례 연기됐으며, 증시 주변에서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설이 돌기도 했다.

이 회장은 8월 감기가 폐렴 증상으로 발전해 열흘 정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퇴원 후 이 회장이 대외활동을 재개하면서 건강 악화설은 수그러드는 듯했다.

이 무렵 삼성그룹은 지난해 제일모직을 필두로 한 그룹 사업재편 작업을 본격화했다.

제일모직이 패션사업부문을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에 넘기는 대신 삼성에버랜드는 건물관리업을 떼내 삼성에스원에 양도하고 급식업을 분리했다.

삼성SNS와 삼성SDS를 합병하고, 삼성코닝정밀소재는 미국 코닝사에 매각했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사업재편 작업은 올 3월 제일모직과 삼성SDI 합병으로 다시 불이 붙었다.

뒤이어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으로 중화학 부문을 정비하고, 삼성증권·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최근에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 계열사들의 지분 정리 작업에도 착수했다.

삼성전기, 삼성정밀화학, 삼성SDS, 제일기획 등 비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처분하고, 삼성화재와 삼성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삼성생명 쪽으로 모으고 있다.

지난주는 이 회장 일가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삼성SDS를 연내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SDS를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도약시키기 위해서라고 삼성그룹 측은 밝혔으나, 재계 주변에서는 이를 그룹의 3세 승계 구도나 지배구조 재편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1.25%)과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3.90%),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3.90%)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는 삼성SDS가 에버랜드와 함께 경영권 승계에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사업·지배구조 재편은 16년 전인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여기에 미래의 먹거리가 될 사업을 키우고 부실한 사업은 축소하고 보강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밖에 새로운 여건에 맞는 지배구조와 경영 안정 방안과 이후 승계 구도까지 염두에 둔 복합적인 포석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회장의 건강 악화로 자칫 새로운 판을 짜나가는 삼성그룹의 경영혁신 노력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재계 주변에서는 오히려 이후 삼성SDS의 상장 등을 비롯해 삼성그룹의 사업·지배구조 재편 작업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설령 이번 사업·지배구조 재편과 이 회장의 건강 문제가 무관하다고 해도, 이는 삼성그룹으로서는 극복해야 할 불가피한 불확실성인 이상 미래를 준비하는 모든 시도에서 이에 대비하고 경영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이 최우선으로 전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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