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심근경색으로 심폐소생술…간밤 급박한 상황
의료진 “스텐트 시술 후 회복중…큰 문제 없을 듯”
“자가호흡 돌아왔다”…예상 입원기간 말하기 일러

이건희(72) 삼성그룹 회장이 호흡곤란과 심장마비 증세를 일으켜 응급 심장 시술을 받았다.

11일 의료계와 삼성그룹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10일 밤 10시 10분께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밤 10시 55분께 인근 순천향대학 서울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며 도착 직후 심장마비가 발생해 응급 심폐소생술(CPR)을 받았다.

급성 심근경색 진단이 내려진 이 회장에게 이 병원 흉부외과 장원호 교수의 주도로 곧바로 심폐소생술이 시행됐다. 의료진이 수십 차례 반복해 흉부압박과 인공호흡을 7∼8분간 실시해 급박했던 위기를 넘겼다. 몇 분만 늦었더라도 매우 위험한 상황을 맞을 뻔했다.

응급조치로 심장기능을 회복한 이 회장은 이어 11일 0시 15분 순천향대 병원을 출발,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회장은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기관지 삽관을 한 상태에서 옮겨졌으며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기자마자 새벽 1시께부터 심장 시술을 받았다. 시술은 오전 2시 7분에 끝났다.

이 회장이 받은 시술은 ‘스텐트(stent) 삽입 시술’로, 일반적으로 심근경색환자에게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기 위해 행하는 혈관 확장술이다. 스텐트 시술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권현철 교수가 시행했다.

삼성서울병원의료진은 심장마비 시간이 얼마나 지속됐는지에 대해 “순천향대병원에서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성공적으로 잘해줘 심장기능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이 회장이 시술 후 안정된 상태로 회복 중이며 약물·수액 치료와 함께 저체온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깊은 수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전에 심근경색 발생 징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징후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1999년 폐 부근 림프절에서 암세포가 발견돼 수술을 받은 이후 줄곧 폐를 비롯한 호흡기가 좋지 않았으나 심근경색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서울병원의료진은 예상되는 후유증에 대해 “초기 응급 치료를 매우 잘했고 심장 시술도 성공적이어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얼마나 병원에 입원해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금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이 회장의 병세는 스텐트 시술의 경과와 폐 질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하겠지만, 앞으로 1주일 정도가 고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정상적으로 집무 수행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응급조치와 시술이 잘 끝나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뇌 손상 여부에 대해서도 “초기 조치를 적절하고 신속하게 잘했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의료진은 말했다. 이 회장은 심장기능이 호전돼 시술 후 진정제 투여 등 약물 치료를 받는 상태다.

의료진은 “자가 호흡이 돌아왔고 회복 중이라 보조기구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회장이 중환자실에 있는지, VIP 병실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병원 측이 “환자 보호를 위해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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