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감축 등 노사 갈등 일촉즉발

한국에서 결코 철수할 계획이 없다는 씨티은행의 거듭된 해명에도 은행 내부에서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물론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불안감이 팽배하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점포 통폐합 대상 56곳의 명단을 최근 확정했다.

서울 32곳을 비롯해 인천 9곳, 경기 8곳 등 수도권에서만 49곳을 철수했거나 곧 통폐합할 예정이다. 전남·북과 강원 지역에 있던 유일한 점포도 사라지게 된다.

2011년 전국 222곳이던 씨티은행의 점포는 이로써 134개로 88개(40.0%)나 줄게 됐다.

이번 점포 폐쇄로 650명을 내보내면 직원도 4,641명에서 3,590명으로 1,051명(22.6%)이 준다. 인력이 가장 많던 2007년과 견주면 1,726명이 줄어든다.

씨티은행의 점포·인력 축소는 수익성 악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2011년 4,567억원인 이 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2,191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거래는 대부분 비대면 채널로 이뤄지는데 굳이 많은 점포를 운영하는 것은 비효율”이라고 말했다.

은행 산업이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마당에 수익 감소와 영업 방식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씨티은행 노조는 점포·인력 감축 이면에는 경영진의 부도덕성과 씨티그룹 본사의 탐욕이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씨티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진 주된 요인으로 본사가 챙겨가는 경영자문료 등 해외 용역비를 꼽았다.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한 2005년 씨티은행이 본사에 보낸 해외 용역비는 437억원으로, 그 해 순익 4,09억원의 9.5% 수준이었다.

그러나 순익이 2,191억원으로 줄어든 지난해 해외 용역비는 1,390억원으로 63.4%를 차지했다.

김영준 노조위원장은 “금융당국이 고배당에 제동을 걸자 해외 용역비란 편법을 쓴 것”이라며 “이익을 줄이고 비용으로 돌려 탈세한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의 계열사가 본사 용역을 받고 경비를 부담하는 것은 일반화된 원칙”이라며 “국내 세법도 이를 인정한다”고 반박했다.

씨티은행 내부에선 점포 폐쇄와 인력 감축이 올해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단행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수익 악화가 계속될 경우 씨티은행이 거점 점포 몇 곳만 두고 사실상 철수하거나 아예 매각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씨티은행 직원은 “씨티가 다른 나라와 비슷하게 한국에서도 거점 점포만 둘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며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점포 폐쇄, 인력 감축, 해외 자문료 논란 등으로 노사 갈등은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김 위원장은 “사측이 약속을 어기고 노조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점포 폐쇄를 강행했다”며 “이에 대한 응분의 타격을 사측에 안길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달부터 보고서 작성, 콘퍼런스 콜(화상회의), 신규상품 판매 등을 거부하는 사보타주(sabotage·고의 태업)를 5~6개월간 벌일 계획이다.
이유진기자 cyj@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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