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하 인권위원, 주민등록제도 개선 권고안 심의 중 지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정보집중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를 뜻하는 '빅브러더'라는 표현을 인권위 보고서에서 사용하지 말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인권위에 따르면 유영하 인권위원은 지난 1일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주민등록번호제도 개선 권고안을 공개 심의하던 중 사무처 직원에게 "공적인 보고서에 '빅브러더'라는 표현을 쓴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 단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사무처는 보고서에서 공공기관이 법령을 근거로 많은 양의 개인정보를 보관·활용하고 있어 남용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런 위험을 '빅브러더'에 빗대어 표현했다.

'빅브러더'는 정보를 독점해 사회를 통제하는 국가·사회 권력을 뜻하는 말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유 위원은 주민등록제도 개선 권고안을 보고받은 뒤 "국가가 국민에 대한 개인정보를 너무 많이 갖고 있어 개인을 감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라는 것은 알지만 '빅브러더'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기관이 기본 자료를 축적하는 것은 기본적인 의무이며 정보 유출 문제는 대부분 민간 부문에서 발생했다"며 "공공보다는 민간 부문의 정보 관리 체제 정비가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인권위 안팎에서는 정보 인권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표현까지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통제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권위 직원은 "아마 '빅브러더'가 국가를 부정적으로 표현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정보 인권에서 '빅브러더'라는 표현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흔히 사용되는 개념"이라며 "사무처가 주민등록제도 개선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이 단어를 사용한 것이 왜 부적절한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유 위원의 지적은 국가기관 보고서인 만큼 어렵지 않고 정제된 표현을 썼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검사 출신인 유 위원은 지난 3월 여당 추천 몫으로 상임 인권위원에 임명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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