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33℃까지 낮춘 뒤 시간당 0.25℃씩 다시 높여
보통 36~40시간 걸려…심장 박동·호흡 안정된 듯

저체온치료는 말 그대로 환자의 체온을 낮추는 것으로 일단 한 번 심장이 멎었다가(심정지) 응급 시술을 통해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한(자발순환) 환자들의 뇌와 장기가 활성산소 등 때문에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한 치료법이다. ‘저체온 유도’-‘저체온 유지’-‘체온 회복’이라는 이 치료법의 한 사이클에 보통 36~40시간이 걸리고 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약물을 통해 인위적으로 의식을 잃게 만든다.

이 회장의 경우처럼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에 문제가 생긴 심근경색 환자는 심장이 멈춰 의식을 잃게 되는데, 이 때 의료진은 심폐소생술과 함께 고압 전류로 심장의 정상 박동을 되살리는 ‘자동제세동기(AED)’를 사용하게 된다. 이 회장은 10일 밤 순천향대학병원에서 이 처치를 받고 일단 심장 박동이 돌아와 자발 순환이 다시 시작된 상태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삼성서울병원에서 혈관에 그물 모양의 금속관을 넣어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stent) 시술을 받고, 인공심폐기(에크모;ECMO)를 달았다. 환자의 정맥·동맥과 연결되는 ECMO는 몸 밖에서 환자의 심장과 폐를 대신해 혈액을 순환시키고 혈액에 산소를 공급한다. 심폐소생술 이후 이 회장의 심장이 다시 스스로 뛰고 호흡도 가능했지만, 심장·폐 기능이 약해 ECMO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삼성그룹측에 따르면 의료진은 일단 12일 오전 8시30분 이 ECMO를 떼어냈다. 그만큼 이 회장의 심장 박동과 호흡이 안정을 되찾았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10일 밤 응급 심폐소생술을 받아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지만 의식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 회장이 받는 저체온치료가 의식이 회복된 환자에게 시도되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체온 치료의 첫 번째 단계는 최대한 빨리 환자의 체온을 32~34℃ 수준까지 낮추는 작업(인덕션)이다. 차가운(4℃) 생리식염수를 환자 몸에 주입하거나, 낮은 온도의 깔개(쿨링매트리스) 등을 사용한다.

이후 이 체온을 24시간 정도 유지하는데, 자동체온조절장치와 같은 기계가 세밀하게 체온을 관리한다. 이 기계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혈관 안에 카데타(관)를 넣어놓고 이 관을 통해 흘려보내는 식염수 등의 양을 조절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가슴 안쪽(흉강)에 붙인 하이드로젤을 통해 약 33℃ 정도의 체온을 지키는 방식이다.

마지막 과정은 다시 환자의 몸을 정상 체온(36.5℃)까지 끌어올리는 것으로, 역시 자동체온조절장치를 사용해 시간당 0.25℃씩 몸의 온도를 높인다. 저체온 유도에 1~2시간, 유지에 24시간, 체온 회복에 12시간 등 보통 저체온치료의 세 단계를 모두 진행하는데 36~40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이 회장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스텐트 시술을 마친 11일 오전 2시께 직후부터 저체온치료에 들어갔다면, 이르면 13일 이른 오전 중에는 의식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이다. 이 처럼 의료진이 신속하게 저체온치료에 나선 것은, 활성산소 등에 따른 이 회장의 뇌와 장기 손상을 막기 위해서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7년 서울성모병원이 처음 저체온치료법을 도입했고, 지금은 관련 장비를 갖춘 상당 수 병원에서 저체온치료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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