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최근 전봇대 등 관내 시설물의 유지·보수 집행실적을 일선 지점이나 사업소의 경영 평가에 반영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용절감에는 효과적이겠지만 자칫 공공 안전시설의 관리 미흡과 이에 따른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됐다. 국민의 세금으로 세워진 공기업 한전이 ‘수익 제일주의’ 경영활동에 매달리면서 공익성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비판도 아울러 제기됐다.

한전은 유지·보수 비용의 집행 실적을 내부 평가 시 ‘1인당 부가가치 개선’이라는 항목으로 반영하도록 했다. 즉, 전주나 애자·변압기·전선 등 노후 관내 시설물의 유지·보수 비용을 지출할수록 그만큼 내부평가 점수가 낮아지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안전이 최우선 고려돼야 할 공공 시설물인 이들 설비에 대한 한전의 자발적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전 출신인 정창덕 고려대 교수는 “일본 도쿄전력은 전자태그(RFID)까지 활용해 전주나 변압기, 전선 등의 안전 여부를 수시로 점검한다”며 “공공재인 한전 시설물의 방치는 전력 손실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의 안전에도 큰 위협이 된다”고 강조했다.

일선 한전 지점의 관계자는“본사로부터 각 지점과 사업소에 20∼30%의 예산 절감 지시가 내려왔다”며 “정부의 상반기 조기 발주 기조에 따라 일부 유지·보수 공사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하반기에 관련 공사 발주가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작년 말 손익예산 집행 실적을 두고 일시적으로 본부별 예산절감 경쟁을 유도한 것은 사실”이라며 “과당 경쟁 등의 우려가 있어 시설물 유지·보수 시행 여부는 해당 지점이나 사업소의 판단에 맡긴다”고 밝혔다.

한편, 한전의 예산은 ‘자본예산’과 ‘손익예산’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자본예산은 시설물의 신규 설치에 따른 것이고, 손익예산은 비용으로 계상되는 예산으로 ‘유지·보수’가 이에 속한다. 따라서 자본예산은 정부의 조기 집행방침에 따라 60%가량 발주가 이뤄진 상황이지만, 손익예산은 제때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류경동·유창선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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