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아
 부산아트매니지먼트 대표
 

경제가 나아질수록 문화적인 욕구도 늘어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인지 요사이 인문학 열풍으로 음악감상이나 미술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국, 공립 공연장이나 미술관, 박물관,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부터 심지어 족집게 과외 하듯 유명강사를 불러 그룹 별로도 예술감상 공부에 목하 열을 올리고 있으니 문화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볼 때 참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한다.

이런 열기라면 당연히 음악회장의 객석이 가득 채워져야 맞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는 크고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공연장은 객석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 시대가 정착되면서 지역의 주요 도시와 군 구에는 공연장 건립이 유행처럼 번졌고 이렇게 해서 지어진 크고 작은 공연장들이 현재 전국적으로 1,000곳을 상회하고 있지만 중앙을 제외한 지역 공연장의 평균 가동률은 50%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음악회의 청중은 통계적으로 3,40대가 가장 많이 차지하는 반면 6,70대가 넘어가면서 젊은 시절 잘 다니던 공연장 출입이 줄어 든다. 이는 서양의 경우와는 반비례하는 현상으로 공연장 청중의 절반 이상이 실버 세대 청중으로 채워져 있는 서양의 경우와는 대비되는 일이다.

멋진 옷을 갖춰 입고 노부부가 팔짱을 끼고 공연장 나들이 하는 것이 생활화 되어있는 서양의 경우를 보며 우리나라 공연장에도 많은 실버 세대 청중들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2 년 전 뉴욕의 한 공연장에서 피아노 독주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조용한 가운데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순간 객석 한 켠이 수런거려 고개를 돌려보니 다름아닌 연주를 감상하던 한 멋진 노인이 숨을 가쁘게 몰아 쉬며 사경을 헤매고 있었는데 주위의 청중들이 살며시 그를 부축하며 공연장을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일과는 상관없이 연주는 계속되고 있었고 빠른 시간 안에 객석은 다시 평정을 되찾아갔다.

그때 필자는 나이가 들어서 위급사항 직전까지도 공연장을 찾는 그들의 문화습관과 연주 도중 아무리 큰 일이 일어나도 지혜롭게 대처하는 그들의 문화의식이 참으로 부럽게 생각되었다.

인간 수명 100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은퇴를 하고도 몇 십 년을 더 살아 가야 한다.

젊은 시절 그렇게도 즐겨 했던 음악회 마니아였다면 나이가 들어서라도 계속 이어갔으면 좋으련만 이 나이에 무슨 공연장? 하는 실버 세대 청중들이 있다면 공연장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고 환영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가족나들이 장소로, 선 후배, 친구들과의 만남의 장소로서 공연장은 멋진 공연을 즐기면서 마음의 자양분을 얻을 수 있고 때로는 무료공연도 즐길 수도 있기에 적극 추천하고 싶다.

또 한가지는 앞서 언급한 소위 음악감상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그들이 활용하는 DVD를 통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명 연주자들의 실황공연을 보면서 마치 자신이 공연장을 다녀온 듯한 착각이 들 수도 있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영상을 통한 간접 체험일 뿐 현장음악이 주는 짜릿한 감동에 비교될 수 없는 일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굳이 교통지옥을 뚫고 일부러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음악회장에 가야 하는가?

그 이유는 공연장에 가면 연주자와 음악으로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가들이 자신의 음악을 청중에게 펼쳐 보일 때 청중은 무언으로 함께 교감하고 연주를 듣고 그 연주자를 느끼며 박수로써 화답한다.

좋은 연주를 보고 감동받은 순간 열렬히 박수를 치는 청중과 커튼 콜에 답하며 무대를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인사를 하는 연주자는 서로 일체감을 느끼며 대화하는 것은 현장 음악회가 아니면 결코 맛볼 수 없는 특별함이다.

또한 땀과 열정으로 얼룩진 연주자가 공연하는 클래식음악이 주는 이름 지을 수 없는 큰 감동으로 인해 음악회를 본 후 오랜 시간 왠지 모를 행복한 마음으로 살았다면 그것보다 더 큰 축복은 없을 것이다.

교양이나 취미로서의 예술공부를 했다면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공연장 나들이까지 그 열정이 이어지길 바란다. 또한 젊은 시절 애호가였다면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다시금 옛날의 취미생활로 돌아가서 공연장 데이트를 즐기는 실버 세대가 많아졌으면 한다.

공연의 완성은 관객과 함께 나누는 감동에 있는 만큼 싸늘히 식어있는 많은 공연장의 객석이 따끈한 열기로 채워지기를 고대해 본다.

공연장을 찾아서 마음의 자양분을 얻는 청중들이 많아질수록 우리사회는 좀 더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되어 참으로 사람답게 사는 사회가 되고 또한 예술가들도 관객들의 큰 호응에 고무되어 문화가 더 폭넓게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201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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