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국가단위 지능형 전력망(스마트 그리드) 구축 사업이 서둘러 추진하는 바람에 재원 마련 방안과 핵심설비인 전력관리장치 보급 문제가 언급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전력산업계에 따르면 녹색성장위원회와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스마트 그리드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월 16일 녹색성장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국가 단위 스마트 그리드를 조속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이후 불과 한 달 반만에 추진됐다.

전체적인 사업규모도 파악하지 않은 채 2011년까지 시범단지를 조성하고, 2030년에는 상용화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게 업계 측 주장이다. 민관 합동 추진위원회도 대규모 사업이라는 이유로 대기업 비중이 훨씬 높다.

◇재원은 어떻게?=정부의 발표 내용을 보면 2011년 시범단지를 조성하고 2030년에는 총 전력망에 대한 지능화를 완료한다는 계획은 있으나 전체 예산이나 사업 규모에 대한 언급은 없다. 게다가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지경부는 준비 기간이 짧아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대략 20조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망했다.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16조원 정도는 한전 측에서 부담해야 될 것으로 예상되며, 4조원 정도가 민간부문에서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제주도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전력망 구축에 2000억원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제주도가 전체 전력망의 1%를 차지하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20조원 규모로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 전력관리장치 보급은 누굴 위한 것?=양방향 정보 교환이 가능한 스마트 그리드의 핵심은 바로 소비자 전력관리장치다. 실시간 전기요금 확인이나 시간대별 전기 매매 등 스마트 그리드의 기본 구상은 소비자 측의 지능화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LS산전의 주도로 개발 중인 이 장치는 단순히 전력사용량을 보여주는 것에서 벗어나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지능형 설비로 서버까지 구축할 경우 70만원을 호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사용량이 많은 산업체를 제외한 국내 1667만 3162가구(통계청 2008년말 기준)에 보급할 경우 약 11조6712억원에 달한다.

물론 정부는 규모의 경제를 고려하면 가격은 인하될 것이고 정부가 지원할 경우 보급단가는 20만원 선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관계자는 “초기 비용 20만원도 전기사용량 절감액만큼 제조업체에게 되돌려주는 형식의 리스방식으로 추진될 수도 있다”며 “한 달에 평균 절감액이 1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할 경우 2년이면 투자비 회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실시간 전력사용량을 보여주는 기기만해도 10만원 안팎인데 서버까지 갖춰야 하는 전력관리장치가 20만원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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