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표로 있는 저탄소녹색성장국민포럼이 지난달 25일 서강대에서 제4차 정례포럼을 개최했다. 이틀 뒤인 27일에는 녹색성장위원회·지경부가 주최하는 세미나가 한국전력공사 대강당에서 있었다. 공통적으로 나온 주제가 ‘스마트그리드’다. 이것은 ‘지능형 전력망’으로 번역되는데 한마디로 말하면 전기가 똑똑해진다는 것이다.

스마트 그리드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녹색뉴딜정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제1차 녹색성장위원회에서 ‘국가단위의 지능형전력망을 조속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해 정부와 업계·학계에서 논의가 상당히 진전, 로드맵까지 만들어졌다. 스마트 그리드는 첨단 IT와 기존의 전력망이 결합해 전력공급자와 사용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하면서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하는 신기술이다. 소비자가 다양한 휴대폰 요금제 중 가장 유리한 상품을 선택하듯 ‘똑똑한 전기’를 통해 전력구매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우리나라는 넓지 않은 국토면적, 세계 최고 고속 인터넷망, 단일 송배전 회사를 가지고 있어 똑똑한 전기시대를 여는 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최초로 국가단위의 ‘똑똑한 전기’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게 되면서 세계 시장 확보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똑똑한 전기’ 시스템 구축으로 소비자의 선택적 요금제 이용 외에도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 에너지 소비량 감소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발전에는 화석연료가 사용된다. 똑똑한 전기는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해 전력의 초과 공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초과 공급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다.

또, 전력생산이 자연환경에 의해 좌우돼 전력공급의 불규칙을 단점으로 갖고 있던 태양광·풍력 등의 안정성에 기여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 보급에도 일조할 것이다.

소비자도 요금이 가장 싼 시간대와 비싼 시간대를 알고 취사선택함으로써 사용량을 줄인다. 미국 텍사스주의 전력회사인 ‘릴라이언트’가 채택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을 시험 가동한 결과 가정에서의 에너지 사용량이 5∼15%까지 감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똑똑한 전기를 계기로 몇 가지 점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는 과거 정부에서 구두선에 그쳤던 에너지 사용을 줄이자는 범국민적 캠페인이 비로소 실천가능한 것이 됐다. 호소에 가까운 정부의 외침에서 진일보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둘째는 IT다. 나는 IT와 SW를 총칭해 디지털 뉴딜이 필요하다고 역설해왔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 지원과 업계 투자가 맞물려 돌아갔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과거 정부에서 과도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효율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효율성을 명분으로 IT 투자가 대폭 축소돼선 안 된다. 이번 추경안에 IT 투자가 2100억원 배정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회에서의 심의해 재조정해야 한다. 셋째는 저탄소녹색성장과 IT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말끔히 씻어줬다는 것이다. IT와 그린이 만나면 줄기세포가 돼 전혀 다른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낸다. 저탄소녹색성장을 주장하면서 IT를 고려하지 않으면 동전의 한 면만 보는 것과 같다. IT강국의 강점을 녹색성장 국가전략에 효과적으로 접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전기가 똑똑해지면 국민은 더 똑똑해진다.

원희룡 국회의원/heeryong@happydragon.or.kr

저작권자 © NBN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