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일본 수출부진 요인 중 하나

추가 인하시 국내기업 대비해야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화 가치 절하에도 최근까지 일본의 수출이 부진한 이유는 미미한 글로벌 수요, 수출가격 하락에 소극적인 태도, 경쟁 심화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엔화 가치가 추가 절하되면 일본 기업이 단가 인하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곽준희 한국은행 국제종합팀 조사역은 13일 ‘엔저의 수출 파급효과 제약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2013년 일본의 수출액(엔화 기준)은 전년보다 9.5% 늘었지만 수출물량은 1.5% 감소했다며 이런 분석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주요 교역 상대국의 설비 투자 수요가 아직은 크지 않아 일본이 경쟁력을 보유한 기계·기기류 등 자본재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미진한 점을 엔저에도 일본의 수출이 부진한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특히 이번 절하기(2012년10월∼2014년3월)의 엔·달러 환율은 달러 당 95.7엔으로 직전 절하기(2005년2월∼2007년7월)의 115.2엔보다 절하폭이 크지 않고 향후 환율 전망도 불투명해 기업들이 단가 인하에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번 절하기 때 일본 엔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 14.6%(월평균 기준) 절하됐지만 수출가격(계약통화 기준)은 1.8% 하락에 그쳤다.

보고서는 “직전 엔화 절상기에 악화된 수익을 보전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지만 엔화가치가 과거 절하기 때보다는 크게 낮지 않아 인하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일본 기업들의 2014 회계연도 엔·달러 환율 전망(일본은행 최근 조사치)은 99.6엔에 머물러 있다.

보고서는 한국, 중국 등의 수출품도 고급화되면서 수출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일본의 수출품과 수입시장의 수요 간 연계성이 과거보다 축소된 점도 이유로 꼽았다.

일본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05년 5.7%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4.3%까지 하락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중국(7.3%→11.8%), 한국(2.7%→3.0%), 아세안(6.3%→6.8%) 등의 점유율은 상승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강화되고 엔화 절하폭이 더욱 확대되면 일본 기업들이 가격을 하향 조정할 여력이 커질 것”이라며 사전에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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