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국가 호주에 ‘그린IT’ 열풍이 불고 있다.

얼핏 호주에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국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마련한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해 왔던 대표적인 나라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정권교체 후 새로 취임한 케빈 러드 총리가 있다.

총리 취임 후 그가 취한 첫 공식적인 업무는 교토의정서에 서명하는 일이었다. 이로써 호주는 지난해 3월 기후변화협약 가입국이 됐다.

가입은 늦었지만 이후의 행보는 어느 나라보다 빨랐다. 교토의정서 가입 후 1년 이내에 제출하도록 규정돼 있는 보고서(Australia’s Initial Report under the Kyoto Protocol)를 1년 먼저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지난해 7월에는 ‘탄소배출 규제정책 청사진’도 발표했다. 우선 호주의 기후변화 전략을 보면 2050년까지 2000년 기준 60%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이용률을 20%로 올릴 계획이다.

또 올해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법제화,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호주 정부의 정책은 오바마 미 행정부도 배워야 한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기업의 탄소 감축 노력을 촉진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준비했다. 호주 기업의 경쟁력 하락에 대비한 무상재정지원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에너지 회사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자발적인 탄소 감축에 나섰고, 자발적 탄소시장도 가동하고 있다. 이미 탄소 중립 목표에 도달한 기업도 있다.

중앙 정부의 탄소 배출권 제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자금 마련을 위해 석탄발전소를 민영화하는 주 정부도 나타났다.

또 중앙 정부와 지역 정부 모두가 에너지 효율 프로그램을 시작, 연간 최근 연간 15만㎿h 이상의 전기를 소비하는 모든 기업에 평가 및 조치 계획을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최근 이 같은 흐름은 전체 국민에게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최근 각 가정에 태양열 전기시스템을 갖추는 게 유행이다.

단순히 전기 비용을 아끼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가급적 태양열 전기를 이용함으로써 천연자원을 활용해 화력·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공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정부도 이 같은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태양열 전기시스템을 갖추는 모든 가정에 비용 중 일부를 보조하고 있다. 정부 보조비는 매년 크게 올라 정부가 일반 가정에서 환경 보전에 앞장서도록 돕고 있다.

호주 정부는 더 나아가 일반 학교까지 가능한 태양열 전기시설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 내에서 사용하는 물 역시 재활용할 계획도 최근 발표했다.

정부가 그린정책의 일환으로 약 3억3600만달러를 투자해 호주 내 모든 학교에 태양열 전기시스템과 빗물 저장 시설들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IT 분야에서도 ‘청정 국갗의 이미지를 되찾으려는 노력은 눈부시다.

이 같은 정책의 백미는 영국의 세계적인 환경전문가 피터 거슨이 의뢰한 IT 사용에 대한 컨설팅이다. 피터 거슨은 수년 전 영국 정부의 에너지 효율성을 리뷰해 2조파운드의 비용절감을 이뤄낸 인물이다.

최근 완결된 피터 거슨 보고서의 내용은 정부의 IT 사용을 그린화하고 이를 위해 그린 표준에 알맞은 장비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또 IT를 사용할 때 에너지 목표를 미리 정하고 모든 정부 기관이 이 목표치 달성을 위한 과정을 제출하도록 했다.

규모가 큰 기관은 명확하고 달성가능한 에너지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했으며, 여기에는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효율성(PUE)을 포함시키도록 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호주 캔버라에 있는 전력회사인 수도전기상수도관리회사(ActewAGL)는 열병합 데이터센터를 건립했다.

전력소모가 많은 데이터센터 옆에 열병합 발전소를 세워 송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15%의 전력손실을 줄였다.

또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서버 냉각용 에어컨을 돌리는 데 사용, 추가 전기 절감은 물론이고 비상용 디젤발전기를 갖출 필요가 없어졌다. 캔버라의 열병합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에 비해 20∼30% 에너지효율이 높다.

또 시드니에 있는 데이터컴(Datacom)은 쿨링시스템 대신 데이터센터 옆에 수영장을 건설, 데이터센터의 열을 수영장 물을 데우는 데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호주 정부의 ‘그린IT’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호주에 진출해 있는 IT 기업들도 분주해졌다.

현지에서 만난 그랜트 하우 스리콤 호주·뉴질랜드 지사장은 “여섯 개의 솔루션으로 구성된 스리콤의 최신 그린IT 제품군인 ‘3Com VXR N-GiN’을 한국보다 호주에서 먼저 선보인 것도 최근 이 같은 호주정부 정책의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드니(호주)=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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