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종이 돼야 한다.” 김쌍수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지난 2003년 10월 LG전자 부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직원들에게 한 말이다. 아직도 김 사장을 LG전자 부회장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김 사장은 점잖고 차분한 인화의 LG에 ‘독종’이란 새 DNA를 심은 인물이다. 김 사장 이전과 이후에도 LG를 대표하는 CEO는 많지만, 김 사장만큼 강렬한 이는 아직 없다.

삼성에 빼앗긴 가전 왕국을 되찾는 데 한몫을 했던 김 사장의 독기가 지금의 한전 수장 자리에선 ‘독’이 되고 있다. 당연히 지키고 따라야 할 정당한 법적·제도적 관리·감독을, 김 사장은 자사에 대한 규제나 간섭으로 본다. 전봇대나 변압기 같은 각종 전기안전 시설물의 유지·보수 등 그동안 한전이 공기업의 의무로 삼아온 ‘보편적 서비스(universal service)’도 수익성이 없다며 무시한다. 특히, 공기업의 오랜 조직 특성을 통째 뒤집은 인사 혁명은 벌써부터 ‘개혁 피로감’ 얘기를 나오게 한다.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흡사, LG전자 끝무렵의 김 사장을 보는 듯하다.

물론, 전기료가 묶인 상황에서 이 모든 것은 김 사장의 고육지책일 수 있다. 무작정 요금을 올리는 대신, 내부 적자를 보전해 전기료 인상분을 상쇄시키는 게 결국 대국민 서비스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민간기업처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전은 대한민국 최대 공기업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세워지고 운영되는 회사다. LG전자 때부터 월급쟁이 CEO만 올해로 10년째인 김 사장은 오너를 위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 것이다. 한전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린오션팀=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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