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해도 되겠지만 때로는 자연을 벗 삼아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낭만적이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지인과 농담반 진담반으로 산에서 하룻밤 지내기로 하고 시작한 것이 나의 첫 백팩킹(Backpacking)이 되었다. 나는 그 흔한 침낭 하나 없는 초보이기에 특별한 장비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아웃도어에 경험이 있는 지인이 내 몫까지 텐트며 침낭 그리고 소소한 장비들을 대신 챙겨줬다. 물론 이것이 내가 오토캠핑까지 즐기게 된 특별한 계기가 됐다. 그럼 백팩킹(Backpacking)은 무엇인가? 백팩킹은 보통 큰 배낭하나에 야영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산과 들로 자유롭게 떠돌아 다니는 여행을 일컫고 백팩커는 그러한 여행을 즐기는 사람을 뜻한다. 그러고 보니 대학을 졸업하고 호주로 떠났던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 지도에 의지하며 곳곳을 다니고 때론 필요에 따라 노숙도 서슴치 않았던 것이 이미 나는 백팩킹을 경험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그 당시 처럼 멀리 떠나기에는 부담되는 것이 초보의 현실. 대신 도심과 멀지 않은 곳으로 가기로 한다. 그곳이 바로 금정산 나비암. 이곳은 부산경남 일대 백패킹 매니아들은 한번쯤 가봤을만한 성지순례 같은 곳이기도 하다.

지인과 소정천 삼거리에서 만나 필요한 먹거리를 근처 마트에서 구입 했다. 동문까지 도보로 오르는 것이 진정한 백팩킹의 맛이겠지만 필요하다면 203번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203번 버스 노선: 온천장역-SK허브스카이-식물원-부산대후문-금정산 동문-남문-고별대)눈앞에 보이는 동문. 저 문을 통과 하면 오늘밤 달과 별에 조금은 가까워 질것이고 도심속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있을 것 만 같다. 토요일 오후 약간은 늦은 시간에 출발했기에 걸음을 서둘렀다. 아무리 하룻밤 야영이라고 하지만 배낭의 짐이 무겁고 오르막의 경사도가 있으니 몸이 자연스레 숙여진다. 지인은 이게 겸손의 자세라며 너스레를 뜬다. 땅만 보며 한걸음씩 산을 오르다 어느덧 내려다 보이는 도시 그렇게 그곳과 오늘은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오늘의 목적지인 나비암에 도착하자마자 무거운 짐을 내려 놓는다. 85kg의 내 몸무게가 이렇게 깃털처럼 가벼웠었나 싶었다. 땀을 훔치며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먼저 온 다른 백팩커들은 텐트를 치고 자연을 만끽하고 있다, 우리도 곧 해가 질테니 서둘러 사이트를 구축할 곳을 찾아 텐트를 설치 한다. 완성된 텐트와 떠오른 달 그렇게 하나의 그림을 만드니 이런 것이 야영의 묘미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잠시 허기진 배를 달리기 위해 출발전 와이프가 챙겨 줬던 주먹밥을 먹는다. 집에 있었으면 따뜻한 밥에 TV를 보며 주말을 보내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칠흙 같은 어둠속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만이 또 다른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발 옆에 놓여있는 컵에 이름 모를 벌레가 자꾸 내려 앉는 것이 귀찮다 싶기도 하더니 생각해보면 벌레입장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귀찮을까.

가지고 왔던 약간의 식사를 해결하고 잠시 야경을 즐겨보기로 한다. 저 아래 바글바글한 도심 속에서 그동안 짜증나는 일이 많았던 요즘인데 이렇게 돌 바위에 앉아 야경을 보니 잠시 마음의 정화가 되는 것을 느낀다. 문득 하늘을 올려 다 보니 평소 잘 보이지도 않던 별들도 반짝이고 텐트위에 걸려 있는 달도 새삼 예쁘게만 보인다.

다시 텐트에 돌아와 혹시 무료할까 싶어 가져왔던 맥주를 마시고 나니 풀벌레 소리가 자장가로 들리기 시작 했다. 그렇게 잠을 청하고 눕기는 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산속의 취침이라 그랬을까 생각보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아침을 맞았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텐트 밖을 나오니 상쾌한 아침공기와 햇살이 마냥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다. 이 햇살은 산속 바위들이며 나뭇잎에 내려 앉아 뭐라 표현하기 힘든 기운으로 감싸기 시작한다. 전날 밤에 올라 앉았던 바위에 다시 걸터 앉아 도시를 내려다 본다. 그렇게 불야성을 이루던 야경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우리들의 도시는 그렇게 조용한 아침을 맞고 있다.

따뜻한 햇살에 텐트를 말리고 하룻밤을 지내기 위해 가져왔던 물건들을 정리한다. 자연이 있던 그 모습 그대로 해놓고 가는 것은 당연한 도리. 전날 텐트를 치기위해 움직였던 돌도 제자리에 움직여 놓는다. 어제 나비암에 올라 올 때 보다 하산 하는 길의 발걸음이 가볍고 평소와 다른 기운이 넘친다. 이제 이 동문을 통과하면 다시 그 복잡한 도심 속으로 들어가야 된다는 생각에 쉽사리 동문을 들어서지 못하고 아쉬움에 뒤를 돌아 봤다. 하룻밤 자연이 준 힐링에 감사하며 마음이 복잡하면 또다시 찾아 오겠노라 나비암에 다짐의 미소를 띄워 보낸다. 백두산(이지현 블로거) http://baikdoosan.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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