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신골드러시’가 펼쳐졌다. 인류의 생존에 꼭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러시다.

최근 그루지야와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고 미국과 러시아가 ‘신냉전’을 거론할 정도로 으르렁댄 것도 그 뿌리에는 그루지야를 통과하는 송유관이 있다. 러시아를 거치지 않는 이 송유관은 대중동 석유 의존도를 줄이려는 서방 국가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에너지를 둘러싼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단, 게임의 규칙이 변하고 있다. 탄소를 토해내는 에너지에서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청정 에너지로, 매장량이 유한한 에너지원에서 무한히 쓸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초점이 이동 중이다.

기후 변화의 위협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상황에서 태양광발전을 비롯한 풍력·조력·지열 발전, 바이오에너지와 폐기물에너지, 연료전지·2차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이슈로 다가왔다. 전환기에는 반드시 거대한 비즈니스 기회도 생기는 법이다.

◇‘석유 중독’ 벗어라=국제 유가는 한때 배럴당 150달러 근처까지 치솟았다 이후 달러 강세 등으로110달러 선에서 안정된 상황. 그러나 작년 평균치인 배럴당 80달러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고유가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인도 등의 에너지 소비가 본격화되면서 자원을 빨아들이는데다 자원 생산 능력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자원 민족주의까지 겹쳤다.

석유·석탄 등 탄소 에너지에 기반을 둔 세계 질서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이는 역으로 새로운 세계 질서를 선도하고, 전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선점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반도체·전자 업체는 물론이고 건설·중공업·화학소재·전지 업체 등에 무한한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세계 시장 규모는 2012년에 150조원으로 커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세계는 이미 이동 중=미국은 2006년 석유의존을 끊기 위한 ‘대체에너지 개발 구상’(AEI)을 밝힌 바 있다. 태양광·풍력과 하이브리드·수소연료전지 개발 등을 통해 2050년까지 중동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75%를 감축할 계획이다. 구글은 본사 지붕에 태양전지판을 설치, 건물 내부 전력 수요를 채우더니 얼마 전에는 지열에너지 개발에 11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IT·바이오에 몰리던 기술 인력은 풍력·태양열·에탄올 발전설비나 수소에너지 자동차 개발 등 대체에너지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

일본은 오일쇼크 이후 30년 이상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끈질기게 준비하다 지난 6월 2020년까지 신축 주택의 70% 이상을 태양광 주택으로 짓는다는 ‘후쿠다 비전’을 발표했다. 중국은 이미 독일을 능가하는 태양전지 생산국이다.

◇녹색 성장의 시대가 온다=우리도 이 흐름에 동참하는 노력을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정부수립 60주년의 새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했다. 녹색 기술과 청정 에너지로 신성장동력뿐 아니라 일자리도 창출하고 경제도 살린다는 목표다. 다음 세대가 10년, 20년 먹고살 거리가 여기서 나온다는 인식이다. 이 대통령은 이를 위해 “5% 남짓한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임기 중에 18%, 2050년에는 50% 이상으로 높여 에너지 독립국의 꿈을 실현하겠다”며 “신재생에너지 사용비율도 현재 2%에서 2030년에는 11% 이상, 2050년에는 2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물론 쉬운 과제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1.4%로 OECD 평균 6.7%에 크게 못 미친다. 서울시는 화석에너지 사용량을 현재의 50%로 줄이기 위해 2020년까지 17조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태양광 발전 외에 지열, 풍력 등은 아직 미미하다.

아직 친환경 기술의 주도자가 정해진 상황이 아니라 희망은 충분하다. 우리가 강점을 지닌 반도체 기술이 신재생에너지의 핵심인 태양광 기술과 유사하다. IT와 에너지를 결합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은 IT강국인 우리에게 큰 기회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세희기자 hahn@
한세희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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