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무한한 에너지원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전 세계 모든 에너지 사용량의 1만배를 태양이 비추고 있다고 한다. 이 중 0.01%만 활용해도 우리는 에너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실 태양을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원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170년 전 프랑스에서부터다. 이후 1958년 뱅가드 1호 위성에 장착되면서 본격적으로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 후반 오일쇼크 이후 에너지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꾸준한 연구개발이 이뤄졌지만 미미한 상황이었다.

국내에 태양광 산업이 뜨기 시작한 것은 불과 4∼5년 전 일이다. 세계 시장도 연간 40%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태양전지나 모듈이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태양광 산업은 호황기를 맞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이미 일괄 생산체계를 구축했고 LG와 OCI(옛 동양제철화학) 등 대기업 태양광 산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니 돈만 있으면 쉽게 진입할 수 있다는 점도 이러한 추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과 대기업의 틈 속에서도 태양광 전문업체인 에스에너지(대표 홍성민)는 회사 설립 이후 매년 2배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에스에너지의 모태는 삼성전자 가전사업부다. 17년 전인 1992년 해당부서가 태양광 모듈 사업에 뛰어들면서 사내 벤처기업으로 국내 최초 태양광 전문업체로 성장하게 된다. 이후 2001년 독립법인으로 분사하고 태양광 사업에 전력투구하기 시작했다. 현재 에스에너지의 사업은 크게 시스템 사업과 표준형 모듈 생산, BIPV로 나뉜다.

에스에너지의 경쟁력은 17년에 이르는 경험과 노하우다. '최초' '최고' '최대' '최다' 등 '최'씨 집안 4형제가 꼬리표처럼 붙는다. 매출 규모는 대기업에 비해 한참 모자라지만 태양광 업계에서는 큰형님으로 불리는 이유다. 모듈 제조에서 설치, 운영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 자체 생산한 모듈의 내구성을 스스로 입증했다.

국내 태양광 업체 대부분이 2005년 이후에 설립, 경험과 노하우가 없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최고의 역사는 최고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에스에너지의 발전사업팀은 인·허가에서 시스템 설계, 자재, 설치공사에 이르기까지 토털 솔루션을 보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국내 최초로 동해화력발전소에 메가와트(㎿)급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데 이어 전북 무안에 순수 국산형 무안 솔라토피아를 완공했다. 지난해 7월에는 자체 운영 중인 태양광발전소도 무안에 건설했다.

세계 최초로 웹 기반의 발전소 운영·감시 체계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는 전체 인력의 15%를 연구개발 인력으로 배치함으로써 가능해졌다.

인증모델만 23건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특허 3건에 실용신안도 6건이다.

지난해에는 유럽에서 태양광 모듈에 대한 인증을 획득, 수출의 물꼬를 텄다. 국내 BIPV 시장 점유율 1위기도 한 에스에너지는 BIPV 분야에서는 세계 1위 기업으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국내 최초로 BIPV 모듈 상업화를 위해 제1공장을 BIPV 전용 라인으로 전환했으며, 2월에는 BIPV에 대해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으로부터 업계 최초로 '건'마크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건마크는 건자재 검사기준에 합격한 제품에 부착하는 품질보증마크로 세계 최고 기업으로 가지 위한 발판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2월에는 제2공장을 준공, 연간 150만㎿의 생산체계를 갖추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은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 최근 경영실적을 보면 2006년 250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린 데 이어 2007년 440억원, 2008년 990억원을 기록, 매년 2배의 성장을 이뤄냈다.

경기가 불황이긴 하지만 올해도 1500억원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는 수출목표도 늘려 잡았다. 지난해 매출의 30%가 해외부문에서 발생했다. 첫 수출치고는 괜찮은 성적이다. 올해는 절반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며 수출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자본금이 22억원밖에 안 되는 회사가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비결은 에스에너지의 사업 준비 기간이 여타 회사에 비해 길었다는 것이다. 기초를 튼튼히 다진 덕분에 쉽게 넘어지지도 않는다. 에스에너지의 본격적인 성장은 이제부터다.

◆인터뷰-홍성민 사장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에 있는 에스에너지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홍성민 사장이 직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하나같이 즐겁게 웃고 있고 활력이 넘쳐난다. 억지로 설정해 찍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보는 순간 알 수 있다.

사진 속에는 홍성민 에스에너지 사장도 직원들과 동화돼 있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듯 집중해야 겨우 홍 사장을 찾아낼 수 있다. 그만큼 직원들과 가까이 지내고자 하는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이것이 국내 최초의 태양광 전문업체인 에스에너지를 17년간 이어올 수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저도 월급쟁이 출신입니다. 그래서 직원들의 마음을 알 수 있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바로 우리 회사의 경쟁력입니다."

홍 사장의 말처럼 에스에너지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사람이다. 이들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가 대기업을 비롯한 수많은 경쟁기업 속에서 에스에너지를 키우는 힘이다.

홍 사장은 가능하면 직원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조직원 간의 동질성을 찾고 하나의 방향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우리 회사는 최첨단의 기술로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준비기간이 길었던만큼 정말 잘 만든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홍 사장에 따르면 에스에너지의 성장은 기술개발과 설비 투자에 대한 타이밍이 적절했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과감하게 투자하고 관망할 때는 한발 물러나야 한다는 그의 경영철학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사실 홍 사장은 1984년 삼성전자 입사 이후부터 태양전지 개발을 담당해 온 인물이다. 국내 태양광 산업에 몇 안 되는 산증인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최고의 기술력을 욕심을 낼 법도 하지만 20년 가까이 태양광 사업을 꾸려오면서 느낀 기업의 최고 가치는 바로 고객과의 신뢰다. 매년 두 배에 이르는 성장도 고객과의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기술개발을 게을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전 직원의 15%가 연구인력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태양광 모듈의 효율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이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어 조만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지금의 성장에 만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태양광 산업의 전망이 밝다고 에스에너지의 미래도 낙관적일 수만은 없습니다. 늘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다니고 싶은 100년 회사를 만드는 게 제 꿈입니다."
유창선 기자 yuda@etnews.co.kr

저작권자 © NBN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