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산시 기장군에 지은 임대 아파트의 신발장을 부실하게 시공한데다 보강공사를 미루는 바람에 어린이가 참변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5일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기장을)과 부산 기장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4시께 기장군 정관면 H아파트에서 A(9)군이 현관 신발장에 깔려 숨졌다. 나무로 만든 높이 2.3m, 폭 1.2m, 깊이 35㎝ 규모의 신발장이 앞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벌어진 어처구니 없는 사고였다.

신발장을 벽이나 천장에 고정하지 않은 채 세워 놓기만 하는 것으로 설계된데다가 신발장과 천장의 간격이 설계(4㎝ 이내)보다 벌어져 붕괴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 의원실이 이 아파트 일부 가구를 표본조사를 한 결과 신발장과 천장의 간격이 6∼7㎝까지 벌어진 곳이 다수 발견됐다.

하 의원은 “어린이가 기어오르거나 매달리면 신발장이 앞으로 쏠릴 수 있는데도 고정하지 않은데다 부실시공한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해 2월에도 신발장이 넘어지는 사고로 어린이 2명이 큰 부상을 당했고, 이 가운데 1명은 두개골 함몰로 몸 한쪽이 마비되기도 했다.

그러나 LH 측은 이번에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1년 4개월가량 전체 1천533가구의 75%만 보강공사를 하는 등 안일하게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LH 측은 이번 사고 후 불과 열흘 만에 나머지 25%에 대한 보강공사를 끝냈다.

하 의원은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안전 불감증이 낳은 잇따른 참변이다”라며 “민간 아파트와 달리 설계부터 시공, 감리, 준공검사까지 모두 LH가 맡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LH 아파트의 감리를 제삼자가 하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또 국토교통부에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기장경찰서도 이번에 사고가 난 신발장이 설계대로 제작됐는지, 설계에 문제가 없었는지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식을 의뢰했다. 경찰은 부실시공이 확인되면 LH 관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이번 사고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시공업체에서 해당 아파트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신발장 보강공사를 완료했고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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