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선제적 3.0 전문경영 구축, CJ 전략기획통 30명 협의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엿새째 입원해 있는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일주일째 입원 중이지만 지금까지는 별다른 경영상 문제점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너 건강문제가 그룹의 위기 요인이 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는 다른 양상이다. 수뇌부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대부분의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하고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지도 않았다.

계열사 내부에서도 총수의 경영 공백을 그다지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계열사 75개, 임직원 42만명의 거대 조직인 삼성그룹에는 위기 극복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이 제 역할을 하고 있고, 대부분의 계열사에는 사업부문별 책임경영 체제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도 3대 사업부인 CE(소비자가전), IM(IT모바일), DS(부품) 부문별로 국내외 생산·영업활동을 차질없이 전개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문제 등 그동안 묻혀 있던 난제 해결에까지 나서고 있다.

삼성에만 이런 시스템이 있는 건 아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건강문제뿐 아니라 사법처리 등으로 총수의 경영 공백이 있는 대기업들은 저마다 나름의 비상경영체제를 갖추고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SK그룹의 수펙스, 한화의 비상경영위원회, CJ의 그룹경영위원회, 효성의 사업부별 책임경영체제 등이 이런 기능을 하는 시스템이다.

‘삼성에 시스템이 있다면 SK에는 수펙스가 있다’ 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이 횡령 등 혐의로 작년 1월 법정구속된 이후 현재까지 16개월째 수감 생활을 하는 SK그룹이 정상 가동되는 것은, 미리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uper Excellent’의 합성어인 수펙스는 목표치를 최대한 높게 설정할 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가설을 핵심으로 하는 SK의 경영기법이다.

여기서 파생된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 C&C 등 주요 계열사의 사장단 모임이다.

전략·글로벌성장·커뮤니케이션·윤리경영·인재육성·동반성장 등 6개 위원회를 산하에 두고 최고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한다.

SK는 2004년 양대 계열사인 SK㈜와 SK텔레콤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오너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이사회 중심의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를 도입한 뒤 2013년 새로운 3.0 운영체계를 본격 적용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권도 협의회에 넘겼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작년 1월부터 3.0 체제를 도입했고, 그달 31일 최 회장이 구속됐다”면서 “이후 오너 형제가 나란히 실형을 받았지만 선제적으로 전문 경영인 체제를 구축한 덕분에 큰 혼란을 피했다”고 말했다.
김형준기자 samic8315@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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