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의회 이슬람-비이슬람 양분…최근 총리 임명 갈등 심화

   

무아마르 카다피 축출 이후 2년반 동안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리비아가 무장단체의 국회의사당 공격 감행으로 또다시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리비아는 퇴역장성 칼리파 하프타르가 이끄는 무장단체 국민군이 17일(현지시간) 동부 벵가지의 이슬람 무장단체 거점을 공격해 최소 79명이 사망한 데 이어 하루만에 수도 트리폴리의 국회의사당을 공격하면서 정정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의사당 공격은 무력행사를 통한 중앙권력의 대체를 노렸다는 점에서 사실상 쿠데타로도 해석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리비아에서는 2011년 10월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국가과도위원회(NTC)에 이어 2012년 7월 제헌의회(GNC)가 구성됐으나 이슬람 정파와 비(非)이슬람 정파가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이런 구도에서 지난 3월 알리 제이단 총리가 반정부군이 제공한 원유를 실은 유조선의 리비아 영해 탈출 사건으로 해임된 후에는 총리 임명을 둘러싸고 갈등이 본격화했다.

임시 총리에 임명된 압둘라 알타니 총리는 "나와 가족이 공격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이유로 임명 한 달도 안 된 4월 중순 전격 사임했다.

이후 총리 지명을 놓고 권력 다툼이 심화하다 이슬람 정파를 등에 업은 사업가 출신의 아흐메드 마티크(42)가 이달초 총리에 임명됐다.

총리 선출 투표가 있었던 4월 29일 무장괴한이 의사당에 난입, 총기를 난사해 투표가 한 주 연기되는 등 새 총리 임명 과정에서도 대립 양상이 그대로 노출됐다.

현재 제헌의회 일부 의원들이 투표 과정을 문제 삼아 총리 임명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등 진통이 이어지고 있으며 마티크 총리는 아직 내각을 구성하지 못한 상태다.

이슬람과 비이슬람으로 양분된 정파는 각기 다른 무장단체와의 연계 속에 세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어 정파 간 대립이 가열되고 있다.

1천700여개의 무장단체가 난립한 리비아에서는 동부 출신의 '미스라타'와 서부의 '진탄'이 대표적 민병대 조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스라타는 이슬람 세력을 지지하는 반면 진탄은 비이슬람 세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번에 의회 권력을 무력으로 저지하는 데 나선 하프타르 역시 진탄과 연계돼 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은 전했다.

하프타르가 이끄는 국민군은 제헌의회에 헌법기초위원회로 권력을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새 헌법 초안 마련을 위해 구성된 헌법기초위원회는 2월 선거를 통해 60명의 위원을 선출하려 했지만 일부 지역에서 이슬람 민병대의 투표소 공격이 이어져 47명만 선출한 상태다.

국민군에 합류한 모크타르 파르나나 대령은 TV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제헌의회의 동결을 선언한다"면서 "이것은 쿠데타는 아니지만 제헌의회는 합법성이 없어 헌법기초위원회로 권력을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파르나나 대령은 "리비아는 내전 직전에 몰려 있다"면서 "제헌의회가 국민을 배신해 리비아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군의 요구대로 제헌의회의 권한 중지와 헌법기초위원회로의 권력 이양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미 CNN 방송은 "제헌의회를 지지하는 다른 무장세력들이 있기 때문에 국민군의 요구가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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