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이익 성장은 ‘아직’, 근본적 돌파구 찾아야

증권사들의 1분기 이익이 크게 개선되면서 일부에서 기대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침체에서 제대로 벗어나려면 핵심이익이 성장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증권업계의 1분기 실적을 분석해본 결과, 채권관련 수익이 크게 늘고 판매관리비는 급감하면서 전체 증권사의 실적은 크게 개선됐지만, 핵심수익인 수수료수익과 이자수익은 소폭 개선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증권업계가 1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지만, 영업력이나 영업환경 개선이 본격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근본적인 이익성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체 61개 증권사들은 1분기 상품운용부문에서 주식과 파생관련 수익이 크게 줄었지만, 채권관련 수익이 늘어나면서 전체 자기매매수익이 전분기대비 18.8% 증가했다.

금리 안정화에 따른 채권관련 이익은 61개 증권사 전체로 볼 때 3431억원(37.4%) 증가한 1조2615억원으로 집계됐다.

채권 운용 규모가 큰 대우증권의 경우 상품운용수익이 402억원으로 전분기대비 흑자전환하면서 전체 이익 증가 폭이 크게 나타났다.

현대증권은 상품운용수익이 183억원, 삼성증권은 18억원으로 각각 전분기대비 흑자전환했다.

반면 대우증권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로 채권을 운용하는 우리투자증권은 경쟁사 대비 미미한 수준의 개선폭을 보이면서 상품운용 부분이 422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이에 따라 전체 영업이익이 259억원에 그치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금융지주 역시 상품운용이 74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판매관리비 부분은 장기화된 불황에 증권사들이 인력감축과 지점감축 등 비용절감에 나서면서 전분기 대비 1470억원(7.5%) 감소한 1조7908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제 전체 증권사의 직원수는 지난해말 4만241명에서 3월말 현재 3만9146명으로 크게 줄었고, 지점수도 1477개에서 1380개로 줄었다.

특히 대우증권과 삼성증권의 판매관리비가 전분기 대비 각각 19%, 14.6% 감소하면서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8.7% 감소해 운용손실을 만회했다.

많은 증권사들이 향후 희망퇴직과 지점 통폐합이 예정돼 있어 비용 절감 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상품운용수익 증가와 비용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핵심이익이라고 할 수 있는 수수료수익과 이자수익은 소폭 개선되는 데 그쳤다.

전체 증권사의 1분기 수탁수수료는 전분기대비 4.7% 증가한 813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주식거래대금이 전분기 대비 증가하며 수탁수수료 수익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수탁수수료를 포함해 자산관리수수료, IB관련수수료를 총합한 수수료수익은 4.2% 감소한 1조3622억원으로 나타났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1분기에는 우호적인 금리 환경과 비용 감축으로 기대치를 상회한 실적이 나왔다”며 “다만 핵심이익이라고 할 수 있는 수수료수익, 이자수익은 전분기 대비 소폭 개선되고 전년동기대비로는 크게 감소해 여전히 성장은 정체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영업이익률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증권업의 비즈니스 영업력 및 영업환경 개선이 현 시점에서 본격화됐다고 보거나 미래 신성장 비즈니스의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증권산업의 불황 탈피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이익 성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저성장, 저금리 환경에서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답이 없다”며 “근본적인 실적 회복을 위해서는 증권업 돈벌이에 대한 답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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