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약세에도 2,010선 지켜내
기업 실적 전망 하향 조정 추세도 멈춰

   
16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 지수가 표시 돼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 ‘박스권 탈출’의 기대감이 부풀어오르고 있다. 기관들의 펀드 환매 물량이 나오고 있지만 외국인들이 ‘사자’로 돌아서면서 코스피가 2,010선을 넘어 연중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코스피가 2,000선을 첫 돌파한 이후 2,000선 유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지만, 미국 증시의 약세에도 2,010선을 지켜내며 한 주간을 마감하자 전망은 더욱 밝아진 상태다.

현재 증시 주변의 여건과 투자심리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4거래일(13∼16일) 동안 유가증권 시장에서만 약 1조40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고 지난달 미국의 주택착공 건수가 전달보다 13.2%나 증가하는 등 지표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건강 문제와 맞물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기대가 부각되면서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

백윤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빠른 속도로 순매수 규모를 늘려가고 있어서 외국인 수급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유럽의 경기부양정책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원화 강세에 대한 우려도 누그러드는 모습을 보이는 데다 국내 기업 실적 전망의 하향 조정 추세가 멈췄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호전시키고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 장세의 핵심 요인은 미국 금리가 상승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는 미국의 통화긴축 시기가 뒤로 늦춰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며 따라서 외국인들의 매수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승훈 삼성증권 연구원도 “이번 주 증시에서는 유럽의 통화완화 정책 시행 가능성과 중국 인민은행의 부동산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 등이 반영되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며 2,050선 돌파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기적으로는 그동안 코스피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해가며 급등한 상황이어서 보합권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수의 상승에 따라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크고 기관투자자들이 쏟아내는 펀드 환매 물량도 만만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재 코스피가 위치해 있는 2,000∼2,050포인트는 2007년 이후 약 9조원이 환매 됐을 정도로 환매가 가장 활발했던 구간이다.

환매 행진이 진정되지 않고 계속된다면 외국인의 매수가 이어지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코스피의 최근 상승 추세를 과신해 성급하게 추격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단기 조정 후 증시 주변의 대내외적 변수와 여건을 점검하고 나서 저점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 개선과는 별도로 외국인의 시장 견인력은 현저하게 떨어지는 구간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면서 “박스권 돌파를 위한 외국인과 투신권의 수급 마찰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기자 samic8315@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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