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야 잘 팔린다’ 전략 고수. 가격 줄줄이 인상

   
8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에서 열린 제5회 워치&주얼리 컬렉션에서 시계 명가 바쉐론 콘스탄틴이 ‘메티에 다르 코인워치’(가운데)를 비롯한 다양한 시계들을 선보이고 있다.

원화 강세로 원·유로 환율이 1년 사이 130원 가까이 떨어졌지만 핸드백 등 유럽산 수입 명품 가격은 여전히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수입 명품브랜드가 유독 한국 고객에게 콧대가 높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비싸야 더 잘 팔린다는 명품 업체들의 전략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크다.

20일 금융권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중순 1,530원대였던 원·유로 환율은 최근 원화 강세에 힘입어 이달 13일 1,398원 선까지 내려앉았다.

원·유로 환율 1,400원대가 무너진 것은 지난해 1월 11일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주로 유럽연합(EU) 국가에서 수입되는 명품 가격은 더 치솟았다.

루이뷔통은 올해 3월 가방과 지갑 등 제품 가격을 평균 7% 올렸고, 이에 앞서 에르메스도 올해 1월 제품 가격을 평균 4.6% 인상했다.

샤넬과 페라가모, 프라다 등 다수의 수입 명품브랜드가 지난해 말부터 평균 최저 2% 이상씩 가격을 올렸다.

당시 이들 회사는 본사의 출고 가격 인상 등을 언급하며 가격을 올렸지만, 최근 환율 효과를 고려한 가격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고 있다.

한 명품브랜드 관계자는 “환율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6개월은 걸리기 때문에 한두 달 사이 환율이 떨어졌다고 가격이 내려가진 않는다”고 설명했으나 최근의 원화 강세가 6개월 후 가격에 반영될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한 백화점 명품매장 관계자도 “환율은 면세점에서 쇼핑할 때나 생각해야 한다”며 “(환율 요인으로 가격이) 오르면 올랐지 내리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국 시장의 특성상 명품 가격은 앞으로도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명품 가방에 대한 관세가 원산지 등에 따라 없어지거나 인하됐지만, 정작 한국에서 팔리는 명품 가방 가격은 내려가지 않았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앞서 한국소비자원이 2011년 6월∼2012년 5월 루이뷔통·구찌·버버리·샤넬·프라다·에르메스 등의 360개 상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한·EU FTA가 발효된 이후에도 가격인하 효과는 거의 없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명품 업체들은 원가나 유통구조보다는 소비자의 심리를 고려해 프레스티지 프라이싱(prestige pricing·품질이 좋다는 인상을 주고자 가격을 높게 매기는 정책)을 하기 때문에 유통구조상의 요인인 환율은 가격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전통적 명품군에 대한 소비가 이미 많이 이루어진데다 준(準)명품브랜드도 시장을 확장하고 있어 고소득층 사이에서도 정말 ‘살 만한’ 물건을 사는 가치지향적 소비가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유진 기자 lyj@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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