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여 년간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선진기술의 도입과 개량에 의한 추격형 과학기술 활동은 압축 성장의 주요 근간이 돼 왔다. 그러나 민간 및 공공 부문의 과학기술력 향상이 세계 시장에서 프런티어 제품 개발로 이어지면서 추격형 혁신 전략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기초·원천 연구능력의 진작을 위한 일련의 정책 기획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하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과학기술 정책 전환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초연구는 기초연구만을 위한 인프라 구축으로 만족되는 것이 아니다. 기초연구가 활성화되고 이를 경제적 성과로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의 설계가 병렬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현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서 비전으로 내걸고 있는 ‘기초과학의 획기적 진흥을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이라는 정책적 목표는 수사학적 문구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는 기초연구 활동 자체를 경제적 성과 창출이라는 목표를 내세워 훼손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다양한 기반의 집단이 기초연구 활성화와 사업화 연계를 위한 시스템을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부계획에는 보완돼야 할 점들이 있다. 우선 기초연구와 교육기능의 연계다. 세계적 연구자 유치와 연구과정 중에 축적된 지식의 확산을 위해서는 일정 부분 기초연구 활동과 교육기능을 연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기초 원천 연구역량 확충과 미래 신성장 사업화 과정이 선순환되는 시스템 통합적인 관점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기획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과학기술의 백년대계를 세운다는 관점에서 과학기술자 집단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거쳐 미래를 그려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적 시스템 전환을 위한 설계과정에 정작 과학기술자들이 배제돼서는 안 될 것이다. 과학기술 활동의 주체들과 합의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서 지향하는 목표가 보다 빨리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황혜란 대전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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