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이어 고용·세수도 우려…성장률도 걱정
정부,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대책 포함 검토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아직도 지속하고 있으며 장기화할 가능성까지 큰 것으로 전망된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소비 둔화의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정부는 세월호 여파가 지속하면 성장률 등이 악화할 수 있어 다음 달 말에 발표할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세월호 사고 여파를 상쇄할 수 있는 대책을 포함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 소비 ‘반짝’ 회복세 뒤 다시 둔화

19일 정부와 경제연구소, 업계에 따르면 소비의 불안한 모습은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 직후 눈에 띄게 둔화했던 소비는 이달 연휴 기간에 살아나는 듯했지만 연휴 이후 다시 주춤하고 있다.

사고 직전인 지난달 14∼15일에 지난해 동기 대비 25.0%를 기록했던 카드 승인액 증가율은 사고 직후인 16∼20일 6.9%로 떨어졌고 지난달 넷째 주에는 1.8%로 더 내려갔다.

정부 관계자는 “카드 승인액 증가율이 5월 연휴 기간에 올랐지만 연휴가 끝나자 다시 3∼4%의 낮은 수준으로 내려오고 나서 좋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백화점 등의 매출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연휴 등 특수가 있었기 때문에 소비가 완전하게 반등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백화점 등의 매출은 어린이날이 낀 연휴 기간에 여행을 가지 않는 대신 선물을 구입한 사람이 늘어나 증가한 것으로 풀이됐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지표는 없지만 재래시장, 외식업, 골목 상권 등의 매출은 여전히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 여파 확산에 환율 하락세까지 겹쳐

세월호 여파는 소비에 이어 일자리와 세수 등의 분야로 확산할 수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세월호 사건으로 일자리가 7만3천개 가량 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서는 세월호 영향이 감지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세월호 사고 여파가 5월 고용동향에는 반영될 것으로 예상했다. 숙박 및 음식점업,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 등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 둔화가 나타난 산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세월호 사건은 세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 법인세수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세월호 사건으로 소비가 둔화하면 부가가치세도 줄어들 수 있다.

국세청은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소비 위축의 강도와 기간에 따른 단계별 세수 확충 대책을 강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사건으로 내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으로 수출까지 위협받고 있다. 환율의 하락세가 지속되면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 악화와 수출 부진이 발생할 수 있다. 경제의 양대 축인 내수와 수출이 모두 위태롭게 된다.

◇ 여파 3개월 갈 수도…성장률 하락 우려

더 큰 문제는 이런 여파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 부총리는 지난 16일 ‘발명의 날’ 행사장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의 슬픔과 안타까움은 과거 재난보다 커 소비 둔화가 오래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기둔화가 없도록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나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사고 이후에도 소비가 줄고 실물 경기가 위축됐지만 한 달 정도를 기점으로 소비는 서서히 정상화 조짐을 보였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월호 사고 여파가 오래갈 것”이라면서 “3개월 정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진행될 국정감사, 특검, 여객선 인양 등의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 등이 밝혀지면 여파는 계속될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소비심리 저하가 2분기 동안 지속되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년보다 0.2%포인트 줄어들고 경제성장률은 0.1%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세월호 여파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이 각각 0.3%포인트와 0.1%포인트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 정부, 면밀한 점검 속에 대책 검토…“소비심리 진작 필요”

기재부는 세월호 사고로 경제 회복세가 꺾어질 수 있다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일 긴급 민생대책회의에서 2분기에 7조8천억원의 재정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고 세월호 사고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 운송, 숙박 등 관광업체에 지원하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을 15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고 지원 금리도 연 2.25%에서 2.0%로 내렸다. 소상공인에 대한 특별자금 지원 규모도 기존 300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증액하고 지원 금리는 인하하기로 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추가 투입키로 한 재정이 지난 12일부터 집행돼 효과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소비 등 경제 지표를 면밀히 살펴보고 경제 회복의 불씨를 다시 살리는 방안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담을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재정과 금융 지원도 좋지만 건전한 소비를 견인할 수 있는 심리 진작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행사나 수학여행 금지 등의 조치를 완화하는 등 소비 심리를 북돋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세월호 여파에 따른 소비 둔화가 오는 3분기까지 지속하면 충격이 상당히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 부총리도 지난 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민과 기업인들이 세월호 사고의 애도 분위기 속에서도 소비, 생산, 투자 등 일상적인 경제활동에 적극적인 마음으로 임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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