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지역에 전자제품을 수출하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2006년 발효된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이 난관이다. 납·수은·6가크롬·카드뮴 등 유해물질이 총중량의 0.1%를 초과해서는 안된다. 전기전자폐기물처리지침(WEEE)도 뛰어 넘어야 할 장벽이다.

문제는 이러한 모든 지침을 1·2차 협력사들까지 모두 동일하게 준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적어도 수십개, 많게는 수천개에 이르는 협력사들의 공급 체인을 수출업체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일종의 '비용'이다. 환경규제에 대응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거미줄처럼 복잡하고 까다롭게 펼쳐진 규제들을 실시간 파악해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전사자원관리(ERP)에 공급자관계관리(SRM)·환경 대응 솔루션 등이 결합해야 한다. ERP 시장 점유율 1위인 SAP코리아 형원준 사장을 만났다.

"최근 제기된 그린오션과 관련한 이슈는 탄소배출권 아니면 신재생에너지기업에 관련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기존 주력산업들이 어떻게 해외 환경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냐 하는 점입니다.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지만 많은 사람이 간과하고 있지요."

CGO로서 형원준 SAP코리아 사장은 현재 한국을 먹여살리고 있는 수출기업들의 고민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탄소배출권은 수출보다는 생산에 초점이 맞춰진 규제다. 신재생에너지도 직접 관계된 기업들 외에는 적극적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환경규제는 수출기업들에게 피부로 다가오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취임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한국 시장에 선보이지 않았던 SAP의 세계적인 솔루션을 출시해 승부를 걸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 언급했던 '한국 시장에 선보이지 않았던' 솔루션이란 환경규제 대응 도구들이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들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협력사들까지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전파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기존 구축돼 있는 ERP에 SRM과 친환경 솔루션이 얹혀지면 강력한 규제 대응 시스템이 마련된다"며 "한국에 이러한 솔루션을 전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한국기업들이 환경규제 솔루션 도입에 소극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한국기업들은 ERP 도입에 있어서는 분명 선도적이지만 ERP만으로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에 충분치 않다. 그러나 업체들은 ERP 도입이 비즈니스 솔루션 구축의 최종 단계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선진국들은 ERP 외에도 공급망관리(SCM)·SRM 등 많은 응용 솔루션을 ERP와 결합, 환경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각국의 환경규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IT 외에 새로운 인력 및 기술들이 필요할 것 같은데.
▲SAP는 최근 '테크니데이터'라는 독일 환경 솔루션 전문업체의 지식재산권을 인수했다. 테크니데이터는 환경규제 솔루션 개발 분야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SAP의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약력
1963년생. 1988년 삼성전자 경영혁신본부. 1998년 삼성벤처투자. 2000년 i2 테크놀로지 코리아 부사장. 2007년 i2 테크놀로지 아태지역 총괄사장. 2008년 9월 SAP 코리아 사장.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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