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을 만나다] - (5) 김은경 경성대 교수

   
 

 방송인, 정치인, 교수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 각 분야별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깨닫고,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등 언어와 관계의 융합을 통한 연구와 강의에 집중해 온 경성대학교 김은경 교수가 책을 냈다.

감성과 이성이 공존하는 스피치의 연구가로 방송인, 정치인, 교수의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김은경 교수를 만났다. 책 이야기와 더불어 솔직담백한 그녀의 사는 모습을 들여다봤다.

- 최근에 낸 ‘감성과 신뢰의 스피치 기법‘이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감성과 신뢰의 스피치’는 어떤 책입니까?

‘감성과 신뢰의 스피치’는 연극배우, 방송인, 정치인, 교수로 입지를 바꿔가며 활동하고 현장에서 느끼고 배웠던 내용을 토대로 효과적으로 스피치를 전달하는 방법에 초점을 두고 쓴 책입니다. 다 요즘은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정확히 잘 전달하느냐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중언부언 하지 않고 핵심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대화의 쉼표도 중요합니다.

지난 2011년 UN에서도 미래가 원하는 인재로 스피치 능력, 글쓰기 능력,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한나라의 원수나 어느 조직의 장이되는데 스피치 능력이 중요하지않았지만 지금은 상명하복의 시대가 지나가고 어느 조직이든 아래로부터의 복종이 아닌 소통이 있어야 조직이 활기를 띄고 돌아갑니다.

윗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명령형의 말이나 불통의 이미지로는 조직을 변화시키고 조직의 효율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 김은경 교수님의 이력을 보니 그동안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다양한 부문에서 활동해 오셨는데, 어릴 때 아역 탤런트도 하셨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삶의 이력서랄까...김교수님의 지나온 삶의 궤적을 돌아본다면 어떻습니까?

참 다양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선택했던 일들이 모두 의사소통능력이 중요한 직업이었죠.

아역 탤런트, 연극배우, 아나운서, 청와대 대통령 비서관, 교수 어느 것 하나도 소중하지 않았던 적이 없고 내가 선택한 삶을 사랑하며 감사하게 살았습니다. 목표를 정해 놓고 목표 달성을 향해 질주한 삶이 아니라 매 순간순간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한 삶이었습니다.

방송을 그만두고 청와대 근무시절 이제는 마이크 잡을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곳에서도 계속 마이크를 잡고 크고 작은 행사의 사회를 많이 봤습니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대통령 아랍 3개국 순방 때도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어쩌면 남들 앞에 나서서 일을 하는 것이 나의 숙명인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대학 강의뿐만 아니라 공감스피치 연구소를 하면서 정치인들과 CEO 그리고 스피치 컨설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교육을 하고 있고,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결국 방송인, 청와대 비서관, 교수란 직업을 관통하는공통 키워드는 ‘스피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결국 내 삶의 궤적은 모든 것이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 ‘스피치’의 대가로 불리는 첫 출발이 ‘방송’데뷔입니까?

나보다 훌륭한 분들이 많기 때문에 스피치의 대가란 말은 불편합니다.(웃음) 진주 MBC의 <푸른 신호등>, <9시 저녁 뉴스>, <FM 대행진> 등을 진행했고, 부산 불교방송에 아나운서와 PD로 근무했습니다. 그 후 부산 KBS의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하면서 <아침마당>, <야무진 TV>, <라디오는 내 친구>, <김은경의 음악 산책>등을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19년 동안 방송을 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조리있게 말하는 법, 임기응변, 올바른 여론 조성, 그리고 방송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법 등... 그 또한 나에게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 정치와 인연을 맺게 된 특별한 동기는 무엇입니까?

언론에 종사하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게 되고, 그러다보니 올바른 정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의가 왔고, 나도 올바른 정치를 위해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생각으로 흔쾌히 그 제의를 받았습니다. 2005년 민주당 부산시당 대변인을 시작으로 2006년 청와대 대통령 홍보수석실 행정관, 2007년 청와대 대통령 행사기획비서관으로 일했습니다. 그 후 청와대 근무를 끝내고 부산으로 왔을 때만 해도 총선에 출마할 계획이었죠. 하지만 스스로 정치할 그릇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정치에 대한 생각을 접었습니다.

- 여성으로는 최초로 청와대 대통령 행사 기획 비서관으로 활동을 했습니다. 당시의 얘기를 잠시 듣고 갔으면 합니다.

행사기획 비서관실은 대통령의 공식적인 행사를 정무적으로 판단해서 그에 맞는 행사를 기획해 내야 하는 곳입니다. 이 일은 많은 부서와 연계 돼 있고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깐깐하다고 욕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청와대의 행사기획비서관’은 ‘반 깡패가 되어야 한다’는 속설이 나돌 정도입니다. 하지만 욕을 얻어먹더라도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하고 작은 실수도 절대 용납이 되지 않는 곳입니다. 그래서 행사기획비서관은 그동안 남자 비서관이 맡았는데, 여성인 내가 맡게 되면서 처음에는 많은 분들이 걱정어린 눈빛을 보냈죠. 하지만 여성의 주 무기인 섬세함으로 오히려 더 좋아졌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 아내로 엄마로 일과 가정을 병행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까?

남편의 외조와 어머니의 도움과 헌신이 있었습니다.

대학 때 소개로 만난 남편이 어떻게 보면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조력자입니다.

방송을 할 때도 내가 진행하는 방송을 가장 객관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주는 사람이었으며전적으로 아내인 나를 신뢰하고 도와주었습니다. 또 어머니 역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자식 걱정으로 자식이 잘 되기를 기원하시는 분이십니다. 남편과 어머니의 도움이 없이는 지금의 내가 되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난 아무것도 못했을 것입니다.

- 첫 칼럼에서도 스피치, 소통에 대한 얘기를 쓰면서 어머니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어머니는 어떤 분이십니까?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위대하다란 말처럼 세상의 모든 어머니와 다를 바 없이 자식 걱정을 하시는 동시에 나의 카운슬러이자 친구, 스승입니다. 자식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어머니, 지금도 출근하는 뒷모습을 끝까지 지키며 기도하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하루를 헛되이 보낼 수가 없었죠. 그래서 매일매일을 열심히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 좋은 어머니를 두신 만큼 김은경 교수도 좋은 어머니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슈퍼맘으로 워킹 맘으로 자녀 양육의 나름의 철학은 무엇입니까?

좋은 어머니가 되려고 노력을 하지만 좋은 어머니는 아닌 것 같습니다.(웃음) 일과 가정을 병행한다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의 가장 큰 화두이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워킹맘들이 마음 놓고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워킹맘들은 항상 마음 한쪽에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지니고 삽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 다른 쪽으로 보상을 해보려는 심리가 존재합니다.

바로 그 보상심리가 자칫 아이를 망칠 수 있는고 생각합니다.

나도 그것을 깨닫는데 한참이 걸렸습니다.

아이와 스킨십을 자주하고 될 수 있으면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해야합니다.

세월이 흐르고 아이들이 크고 나면 가장 아쉬운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잠깐 방송 얘기로 되돌아가서 방송에 대한 미련은 없는지요? 방송인들은 방송에 대한 미련을 끊는 게 몹시 힘든 것으로 아는데...

방송인으로 활동하면서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해서 방송에 대한 특별한 미련은 없습니다.

그러나 시사프로그램을 한번 멋지게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2005년도에 부산 KBS에서 여성을 위한 시사프로그램 ‘야무진 TV’를 데일리 생방송으로 했습니다. 그 후 방송이 아닌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배운 지식과 세상을 보는 이치를 토대로 본격 적인, 정론을 지향하는 시사프로그램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 최근 부산에서도 스피치 열풍이 불면서 크고 작은 업체들이 생겨나고 스피치 강사로 활동하길 원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습니다 관련학과 교수로 인생의 선배로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남들 앞에 서서 강연을 하고 사람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사명감이 필요합니다.

돈 몇 푼 벌려는 욕심으로 장사꾼으로 전락하는 순간 사명감과 자부심을 사라지게 됩니다.

얄팍한 지식으로 크게 포장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포장은 벗겨질 것이고 얄팍한 지식은 금방 바닥을 드러낼 것입이다.

그래서 좀 더 많은 공부와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 후에 남들 앞에 서서 강연을 하고 가르쳐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공감 스피치 연구소에서 여러 교수님들과 함께 스피치 강사 전문 인력을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준비 할 생각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이번에 낸 책 ‘감성과 신뢰의 스피치 기법‘에 이어서 다음 책을준비 할 생각입니다. 이번 책이 의사소통에 필요한 튼튼하고 멋진 그릇을 만드는 것이라면 다음 책은 멋지게 만든 그릇 속에 무엇을 어떻게 채워 넣을 것인가에 대해 쓸 생각입니다. 의외로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책도 쓰고 연구도하고, 강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일 욕심을 조금 줄이고 여행을 많이 다닐 생각입니다.

작년부터 실행을 해오고 있는데 여행은 나에게 삶의 자신감을 주고, 감동을 주고, 세상을 겸허히 바라볼 수 있는 자세를 갖게 만듭니다.

<맺는 말>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담소하는 것과같다‘란 말이 있다.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많은 이들에게 자신이 겪은 소중한 경험과 이론과 기술을 전하고 있는 경성대학교 김은경 교수.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세상을 향한 진실된 마음과 떠벌리지 않는 지식에 대한 유유자적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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