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동차 보험 합리화방안’ 추진 배경]

   
지난 11일 낮 12시 50분께 부산시 남구 한 도로에서 A(30)씨가 몰던 시승용 벤츠 차량이 3차로 옆 갓길에 서 있는 트럭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벤츠 차량 앞 부분이 크게 부서지고 운전자 A씨와 동승자 B(30)씨가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정부가 18일 내놓은 자동차 보험 합리화 방안은 고가 차량이 과도한 수리비를 유발해 일반 차량 운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외제차 등 1억 원이 넘는 고가 차량이 늘면서 수리비와 추정 수리비의 고액화, 과도한 렌트비 등으로 2012년 이후 자동차보험의 물적 손해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전용식 연구위원이 발표한 ‘자동차보험 물적손해 제도개선 방안’ 자료를 보면 국내의 외제차는 2012년 75만대에서 지난해 111만6000대로 증가했고 자동차보험 물적손해 보험금도 같은 기간 5조6315억 원에서 6조3868억 원으로 늘었다.
 고가 차량의 수리 기준이 불투명해 허위 견적서로 과다한 수리비를 청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차량사고 피해 시 차량 렌트를 피해차량과 같은 제조사·배기량·모델로 해주도록 표준약관이 규정하다 보니 수입차 보유자에 대한 보험사의 렌트비 지급 부담도 커졌다.
 현재는 표준약관상 동종 차량을 피해차량과 배기량, 제조사, 모델이 동일한 차량으로 해석하다 보니 차량 가액 880만 원인 2001년식 벤츠 S500 노후모델 보유자가 동종 신형 모델을 렌트하면서 렌트비가 차량가액을 넘게 되는 불합리한 현상이 발생해왔다. 현재 외제차의 수리비는 국산차의 2.9배, 렌트비는 3.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일반차량을 모는 운전자들의 불안감이다. 차량가격이 수억 원대를 호가하는 ‘슈퍼카’와 사고가 날 경우 일반차량 운전자의 과실비율이 10%로 낮다 하더라도 비용부담이 1억 원이 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차량가액 1억 원의 에쿠스 차량과 1000만 원의 아반떼 차량이 충돌해 모두 파손된 경우 아반떼 운전자의 과실이 10%에 불과하더라도 에쿠스 운전자는 1000만 원을, 아반떼 운전자는 900만 원을 각각 상대에게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반떼 운전자의 과실이 사실상 거의 없는데도 비용 부담이 오히려 더 크게 나타나는 불합리한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자동차 사고에 한해 배상한도를 1억 원 등으로 한정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고가 차량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 보험에 대한 최대 15%의 할증요율 신설과 ‘동종차량’이 아닌 ‘동급차량’으로의 렌트기준 변경은 고가 차량이 유발하는 이런 ‘음(-)의 외부효과’를 부분적으로라도 보완하기 위한 차원이다.
 보험사기에 악용돼 온 자차손해 사고에 대한 미수선수리비 제도는 폐지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런 대책이 시행되면 특별요율 적용과 렌트카 대책으로 각각 800억 원, 미수선수리비 대책으로 약 500억 원 등 최소 2000억 원의 일반 국민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동훈 금융위 보험과장은 “자차보험 할증요율 부과로 슈퍼카와의 사고에 대한 일반인의 불안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적으로 가격적인 측면에서 불균형을 완화하려 했다”며 “고가 차량과의 사고비용 분담 문제는 행정부와 입법부 모두 문제의식을 가진 만큼 향후 관련 법 개정 작업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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