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18일 라디오 연설이 갖는 의미는 육성할 중소기업으로 서비스 분야, SW, 부품소재, 녹색기업 등을 지목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올해 초 녹색성장 보고대회, 신성장동력 발표 대회 때만 해도 파트너로서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IT기업보다는 굴뚝기업에 무게 중심을 실었다. 하지만 대기업 위주의 지원 정책은 청년실업 해소 등 고용 측면에서 효과가 적을 뿐더러 실효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전자신문이 전자공시시스템을 이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년 새 10대 IT 대기업 인력은 되레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중소기업 지원 쪽으로 정책을 전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 연설에서 “위기 상황 속에 잘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참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세계 일등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수백개 기업이 있고 시장 다변화를 위해 온 세계를 향해 불철주야 뛰고 있는 기업인도 많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지난주 중앙아시아 순방에서도 우리 중소기업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해외에 이미 각인된 IT 코리아의 위상을 몸소 체험한 것이 IT산업, 특히 IT 중소기업을 향한 관심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 대통령이 IT 중소기업 육성 의지를 천명하면서 관련 정책도 잇따를 전망이다. 이미 정부는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으로 콘텐츠 분야는 표준계약서 제정, 통신방송 분야는 망·설비를 의무 제공하도록 하는 제도(재판매) 도입, 모바일 콘텐츠 정보이용료 수익배분 가이드라인 마련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IT 서비스 분야에 대기업 입찰 하한금액을 상향 조정해 대기업의 일정금액 이하 공공사업 참여를 원천 봉쇄했다. 공정위도 불공정 거래 조사를 강화할 예정이다. 앞으로 더욱 많은 지원 정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정책에 옷만 바꿔 입힐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일단 정책 당국의 우선 관심사로 오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 대통령 발언으로 IT와 녹색성장 관련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M&A 펀드 조성 및 자금 지원 펀드 조성 등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녹색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녹색금융 펀드 등을 속속 결성했고, 벤처펀드 자금 확충도 마쳤다. SW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500억원 규모의 펀드도 다음 달 출범한다. 부품소재 분야도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1억달러 규모의 ‘한일 부품소재 펀드’를 구성, 국내 부품기업이나 국내 진출한 일본 부품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박상조 신임 코스닥시장본부장은 18일 “녹색성장을 비롯해 경쟁력을 갖춘 신성장 관련 기업에 대해 코스닥 상장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도 경제 성장 핵심축으로서의 역할을 제고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중소기업진흥공단은 이날 ‘중소기업 주간’을 맞아 열린 ‘중소기업 녹색성장 선언식 및 정책 심포지엄’에서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 녹색성장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하고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중소기업의 녹색성장을 위한 공식적인 업무협약은 처음이다. 이들 기관은 △중소기업의 저탄소 녹색성장 관련 공동조사 및 연구 활동 △국내외 중소기업 녹색성장 파트너십 형성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 △세미나·포럼·설명회 등 개최 및 정보 제공 △중소기업 녹색성장 관련 기술 및 제품개발 지원 △기타 각 기관 간 합의에 따라 추진하는 사업 등에서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김태일 중소기업청 기술혁신국장은 “녹색성장의 핵심은 녹색산업 육성이며 녹색성장은 산업의 뿌리인 중소기업 육성 없이는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면서 녹색 관련 핵심부품·소재 생산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와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의 녹색성장을 위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부 지원을 요구했다. 배은희 의원(한나라당)은 “환경규제에 중소기업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는 힘들다”며 “이를 위해 상시적인 조직체계를 구성하는 한편, 녹색기술 R&D 지원을 위한 별도 예산 확보와 지원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홍성민 에스에너지 사장은 “중소기업이 안심하고 기술개발과 시장개척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정부는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산학 연계, 대·중소기업 상생경영 등 산업을 균형 있게 성장시킬 시스템을 구축해달라”고 주문했다.

유형준·유창선 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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