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가 국내 처음으로 1조원대 벤처부호에 올랐다. 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 등 재벌 그룹회장 7명에 이어 여덟 번째 주식부호다. 지난 몇 해 사이 IT업계에서 이렇듯 천문학적 돈을 번 젊은 기업가가 여럿 탄생했다. 90년대 말 몰아쳤던 벤처광풍 및 후폭풍의 어려움을 딛고 거둔 벤처사업모델의 성공사례들이다.

이런 괄목할 성공이 있기에 이제 벤처나 IT업계에서도 새로운 과제를 설정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반사회적 비윤리적인 정보의 범람, IT를 이용한 범죄, 정보의 왜곡과 오류, 저작권 침해, 익명성으로 인한 인권침해 및 언어폭력, 인터넷 및 게임 중독, 언어의 왜곡 및 파괴, 의사소통의 장애, 개인정보의 유출, 가치관의 혼란, 대인관계 기피현상 등 말이다. 이런 문제를 외면하고 미루기엔 그 폐해가 너무 깊고 가깝다. 우리 사회가 근본적인 분열·대립과 독선에 빠지고 이런 문제로 파탄에 이르는 가정이 바로 지척에 있는데 IT가 무관하며 결백하다 할 수 있겠는가. 특히 게임이나 포털로 돈을 번 기업이나 기업가가 남의 일이라며 뒷짐 질 수 있겠는가

우리는 최근 여러 가지 정칟사회적인 혼돈을 겪으며 IT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문제의 본질이 어떻든 IT를 잘 활용하는 세대, 계층, 직업과 그렇지 못한 그룹이 극한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이 도래했고 그 도착점은 극단적인 사회분열과 국력소모였다. 이제 IT 분야에서도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근본 조건인 밝은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익명의 그늘에 숨어 뒤에서 돌 던지기를 멈춰야 한다. 다양성과 자유는 같이 사는 사회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형성돼야 한다. 상상력과 창의성의 기준 역시 인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우리의 후손들이 인터넷이란 이기로 규범과 품격을 무너뜨린다면 우리는 결코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없다. 이제 IT가 토목 건설 제조업을 대신해 행복한 선진 대한민국을 만들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건전한 국가관과 가치관을 가진 IT기업과 IT인력이 필수다. 벤처기업들의 성공이 벤처 창업열기를 되살리는 계기로 작용,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의 간접적인 원동력이 될 것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보다 직접적이며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명박정부는 앞선 정부와 차별화된 새로운 그린IT 전략을 수립했다. 지난 정부의 유비쿼터스 관련 정책도 보완돼 탄력을 받고 있다. 이런 전략의 바탕에는 반드시 인간이 자리 잡고 앞서 거론한 문제의 해결책이 포함돼야 한다. ‘그린 IT’가 이끄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우리나라의 발전전략이자 선진국 진입 전략, 즉 ‘행복국가 만들기 프로젝트’기 때문이다.

이제 IT에도 따뜻한 온기를 입히고 즐거운 신명을 더하고 인류의 물질적인 욕구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갈증도 해소하는 기술이 돼야 한다. IT가 만든 TV나 모니터가 백남준을 만나 예술이 되고 CG기술이 상상력을 형상화해 ‘반지의 제왕’이 된다. 이제 기술도 감동을 일으키고 인간의 행복감을 더하는 데 중심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주 “평생을 맘 먹고 잔 적이 없다”던 장영희 교수가 영면했다.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넘어뜨린다”는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남기고 떠났다. 이제 우리나라의 IT업계에서도 ‘자산 1조의 벤처부자’ ‘돈 신(神)’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행복한 선진 한국을 만드는 데 희망과 사랑을 채우는 기업가가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김영주 광주광역정보센터 대표이사 yjkim50@kis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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