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도 전망 엇갈려
네이버 밴드 반사이익 예상도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발표에 업계는 일단 현재로선 시너지가 분명히 있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다음은 국내 시장에서 모바일 부문에서 고전을 겪었고, 카카오는 해외 진출을 모색했으나 자금난 등 때문에 고민했던 부분이 일시에 해소된다는 것이다.

다음은 마이피플 등 모바일 메신저를 내놓고 인기 걸그룹인 소녀시대를 광고모델로 내세우면서까지 홍보에 주력했으나 결국 카카오가 선점한 시장을 얻어내는데 실패했다. 그러다 이번 합병으로 단번에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를 얻게 됐다.

한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상장을 하려면 해외 진출을 해 비전을 보여야 하고 해외 진출을 하려면 상장을 통한 자금 유치가 절실한 딜레마 상황이었다”며 “이번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으로 카카오는 이런 딜레마 상황을 단번에 해결했다”고 분석했다.

시가총액 3조원대의 초대형 경쟁사가 출범하는데 대해 네이버측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한 관계자는 “국내 인터넷 시장 판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 시장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카카오가 기업공개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은 해외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어느 정도 잃은 것”이라며 “해외 모바일 메신저 시장이 페이스북과 와츠앱, 라인, 위챗 등으로 재편됨에 따라 국내 모바일 시장 1위를 굳히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그간 ‘사실상의 오너’가 없던 다음이 이번 합병으로 실질적인 오너를 갖게 된다는 것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현재 다음의 대주주인 이재웅 전 대표(창업자)의 지분율은 14.1%에 불과하지만, 통합업체가될 ‘다음카카오’에서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30%가 넘는 지분율로 대주주가 된다.

카카오의 우회상장을 위해 다음이 카카오를 합병하는 형식을 취했을 뿐 실제로는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하는 모양새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김정주 NXC(넥슨의 지주회사)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나성균 네오위즈홀딩스 대표, 남궁훈 전 위메이드 대표 등 게임업계 1세대들이 다음의 주요 주주가 된다는 점에서 게임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김 의장이 대주주가 되는 데다 게임업계 1세대 창업주들이 다음의 주주가 된다는 점을 보면 이번 합병에서 네이버가 긴장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 플랫폼을 가진 다음이 게임업체들과 한배를 탄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꾸로 게임업체들의 카카오 ‘엑서더스’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엄연히 게임업체를 자회사로 둔 다음이 카카오 플랫폼을 가진 카카오와 합병한다면 게임업체들은 불안감을 느낄 것”이라며 “카카오가 최근 게임업체들과 마케팅이나 가격 정책 등을 협의하면서 다소 고자세를 취해 탈(脫) 카카오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이런 움직임이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인이나 밴드 등 네이버의 다른 게임 플랫폼이 최근 주목을 받는 상황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쪽으로 옮겨가거나, 모바일 게임을 독자적으로 출시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김형준기자 samic8315@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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