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고려환 배 그늘에 누워 평등하게 코를 곤다

   
 

막이 열렸올 때,이미 무역선 고려환에서 하역한 소금 가마니,일본으로 실려 갈 조선 짤가마니들로 무대 상,하수가 가득 차 있다.
경주댁이 7야좁에서 국을 퍼담아 주고 있고 하역 노무자들이 열 지어 경주댁의 국자를 기다리고 있다.
초량 고방은 어느째 노무자 식당으로 바뀌어 있다. 아낙들이 연신 밥과 김치를 날라다 주는 식당은 긴 나무의자와 나무탁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이 밤에는 야학이 된다.
밥올 먹는 사랍, 열 지어 국과 밥을 기다리는 사람, 이제 막 짐올 풀고 어깨를 흘 터는 사람, 고려환으로 쌀가마니를 지고 올라가는 사람, 고려환에서 소금 가마니를 지고 내려오는 사람들로 조선 노무자는 배치되어 옴직인다.
일인들의 배치는 고려환 선창에서 노동 회차를 기록하는 검수역.무대 상,하수 선적장 검수역,그리고 고려환 선창올 가로지르는 헌병 보초 둘.
선창 앞에 택산상회(澤山商會)간판올 불인 김택 하역회사 사무실이 하수 쪽으로 뻗쳐 있다.
김태2가 콧수염올 만지작거리며 앉아 었다. 그 옆에 김택2 딸 교오꼬가 주판알올 퉁기고 있다.

1막에서 이십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 세월의 흐름은 복장이나 무대구조에서 은연중 변화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막이 열렸올 때 환하게 밝은 조명 아래서 엄청난 인력들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는 모습올 관객들은 보게 되지만, 한동안 말은 없다. 짐 푸는 소리,그룻 달그락거리는 소리뿐이다.
이십 대 장정이 된  돌이와 복원이가 국밥 그릇을 들고 평상에 앉는다.

   
 

복원 : (눈치를 살피며,품에서 태극기를 주춤 꺼내며) 이거를 언제 혼들어라 카더나?
돌이 : (눈치를 살피며) 퍼뜩 집어넣어라.나중에 동래고보생들이 들이닥철 때 흔들어라 안 카더나.
복원 : (태극기를 가슴에 안고 쓰다듬으며) 와-일신여학교 가시나들 노총각 애간장 완전히 녹이더라. (여학생 흉내) 깊은 밤 풀을 쑤고 이불로 창문 가리문서 맹근 태극기여요, (다시 본 목소리로) 그라문서 부끄럽도 안 타고 내 손목아지를 탁! 잡는기라.
(태극기를 안고 벌렁 자빠지며) 아이고 불난다,불나. 나 이거 우리 집 가보로 가지고 있을란다.
돌이 : (웃으며) 문디 자석. 흔들라꼬 준 태극기제, 장롱 속에 처박아 놓으라꼬 준기 아셔다.
복원 : 어제 구포 장날 이바구 들었나?
돌이 : 박가 성 가진 농부가 주재소를 작살냈다문서.
복원 : 그리고 완전히 총알받이 됐다 카더라.
돌이 : 전차가 뒤집어지고 소방서에 불어 났단다.
복원 : 무신 일이 나기는 날 모양이다.이번에 난리 터지기만 하문 내 누나야 원수를 갚을 거이다.
돌이 : 너거 누나 소식 아즉 없나?
복원 : 오사까 매음굴에 있다 카는 소리 들었다. 한당 사건치고 저 고려환 타고 오사까로 나를란다. 아즉 살아 있다는데 고향에 데불고 와야 안 되것나.

이때,무대 후경 상수 쪽을 통해 대한독립만세!하는 함성과 함께 동래고보생들이 태극기를 혼들며 뛰어든다. 일신여학교생들도 뒤따른다.

고보생 : 조선 동포 여러분! 태극기를 흔드세요. 태극기를!

식당과 객주 가마솥 주위에 우- 몰려나와 있던 노무자들 주춤주춤 태극기를 품에서 꺼낸다.

고보생 1 : 대한독립만세!
인부들 : 만세!

이때,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일 순사들이 총칼을 휘두르며 상수 쪽 뒤에서 들이닥친다. 동래고보생들 만세를 계속 외치며 날쌔게 무대 하수 전면으로 빠진다. 순사들 뒤따른다. 이때, 아직 무대에 남은 일신여학생 한 명이 가마솥 앞에서

여학생 : 대한독립만세!
복원, 이가 : (신이 나서) 대한독립만세 1

그러나 순사가 난입하면서 노무자들은 태극기를 꽁무니로 감추고 입을 다문다. 달려가던 순사 한 명이 이 장면올 목격한다. 순사,뚜벅뚜벅 걸어온다. 돌이와 복원, 당황하여 태극기률 엉거주춤 내린다. 여학생, 다가오는 순사를 향해 당돌하게 팔올 혼들며

여학생 : 대한독립 만세!
순사 : 칙쇼!

순사, 여학생의 댕기머리채를 잡고 넘긴다.비명을 지르는 여학생.
순사, 칼자루로 여학생의 둥짝이며 어깨를 마구 후려치며 질질 꿀고 간다. 복원, 눈이 뒤집힌다.

복원 : 가만 안 놔두나 이 쪽바리 새끼야-.

순사, 돌아보는데 범처럼 몸올 날린 복원이의 발이 순사의 턱을 찬다.

돌이 : 복원아-, 안 된다-.

순사, 벌렁 나자빠지고 복원, 여학생을 잡아 일으킨다.

여학생 : (헝클어진 머리를 혼들며 양팔을 벌린다) 대한독립만세! (노무자들올 향해) 여러분,태극기를 혼드셔요, 대한독립만세를 외치셔요!

노무자들, 무력하게 서 있다. 헌병들이 선창에서 다가오기 때문이다.

여학생 : 대한독립 만세!
복원 : (힘차게) 대한독립 만세!
여학생 : 대한독립 만셰!
복원 : 대한독립 만세!

헌병들이 뛰어와 마구 두들겨 팬다.총검으로 찌르고 개머리판으로 어깨며 둥짝올 마구 찍는다.

돌이 : 복원아-.

돌이 뛰어든다.

경주댁 : (돌이의 허리를 잡고 뒹굴며) 안 된다,이놈아.내가 어떻게 키운 놈인데.
돌이 : 놓소, 할매. 복원이가 개죽음 당하요.
경주댁 : 대를 이어야 한다, 이놈아-.대를-.

복원과 여학생,피투성이가 되어 무대 하수 전면으로 질질 끌려나간다.

돌이 : 복원아-.
복원 : 괜-찮다-돌아-. 우리 누나야한테 편지 좀 해도고, 응-

끌려가며 필사적으로 말올 하는 복원이를 헌병이 걷어찬다. 복원, 숨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퇴장. 무대는 다시 정적에 싸여 있다.
돌이, 말없이 명상 위 개다리소반올 들어 바싹 부숴 버린다. 이어 식당, 나무의자를 들어 던지고 부순다.

경주댁 : 와 이라노, 이눔아-.
돌이 : 놓소, 할매. 짐숭처럽 사는 꼬라지 때려치우고 북간도로 뜹시다.
경주댁 : 고향 놔두고 북간도는 와 가노 이 자석아.
돌이 : 나도 총칼 들고 왜놈들 한 두름씩 엮올라요.

이때, 노무반장 조동혁이 나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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