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계가 공급 과잉과 경기침체 여파로 인해 서비스 품질이 아닌 가격 경쟁으로 회귀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IDC 시장에서 타 IDC로부터 신규 고객을 유치하거나 기존 고객 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서비스 품질을 앞세우기보다는 파격적인 요금 인하로 고객을 확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규 고객에 타 IDC에서 장비를 이전하는 기간 중의 요금을 면제하고, 길게는 수개월간 무상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대로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 계약 갱신 시 10∼20%씩 요금을 인하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IDC 시장은 지난해 이후 이어진 센터 신축·증설과 전기요금 감면 호재에 힘입어 고품질 서비스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오히려 반대 반향으로 흐르는 셈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축한 최첨단 IDC는 경기침체와 맞물리면서 공급과잉의 주범으로 내몰렸다. 지난해 재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시행한 IDC 전기요금 감면은 가격인하 수단으로 전락했다.

지난달 새 IDC로 전산설비를 옮긴 웹호스팅업체 A사는 2개월간 IDC 이용요금을 면제받았다. IDC 이전 비용 명목이었지만 실제 설비를 새 IDC로 옮기는 데 2주 남짓 걸린 것을 감안하면 1달 반 가까이 무상 서비스를 받는 셈이다. A사 관계자는 “이전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른 IDC로부터는 더 좋은 가격을 제안받았으나 본사 위치를 감안해 현 IDC를 택했다”고 말했다. 원한다면 더 많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IDC 업체에 먼저 가격인하를 요구하는 고객도 나타났다. IDC 업계 관계자는 “계약만기가 다가온 고객들이 다른 IDC로의 이전과 IDC 전기요금 감면 등을 거론하며 가격인하를 요구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수년간 공급부족이 계속되자 업계가 일제히 IDC를 신축·증설했지만 기대와 달리 경제불황으로 시장 성장세가 꺾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KRG의 강영구 책임연구원은 “IDC 사업의 특성상 2∼3년 뒤를 내다보고 투자를 진행하다가 최근 예상치 못한 불경기로 공급 과잉이 되면서 생겨난 현상”이라며 “당분간 이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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