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 장청희 기자

지난 25일 장산중리시장으로 시장탐방 취재를 나갔다. 시장탐방이라는 기획을 끌어 온지 2년 가까이 되다보니 취재를 거절한 시장 빼고 대부분의 시장은 기사화 됐다. 덕분에 동료기자와 나는 2주마다 섭외에 응해줄 시장 찾기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 마냥 어렵다. 다행히 장산중리시장의 상인회 회장이 섭외에 응해줘 시장을 찾아갔다.

재래시장은 유통산업발전법 제8조에 규정에 의해 대규모 점포로 등록된 시장(이하 등록시장)을 말하거나 유통산업발전법 제2조 제3호의 규정에 의한 대규모점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곳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적합하다고 시장·군수·구청장이 인정한 곳(이하 인정시장)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름을 들어본 부산시내 시장들은 대부분 인정시장이거나 등록시장으로 보면 된다.

하지만 장산중리시장은 부산시상인연합회 소속 재래시장도 아니었고 인정시장도 아니었다. 시장탐방을 취재간 곳 중에서 가장 어려운 시장이었다. 그만큼 사람은 인적이 드물고 규모는 작았다. 박용순 장산중리시장 상인회 회장은 30년 전통을 자랑하던 시장이었으나 1990년 중반에 반여동 농산물도매시장이 들어서고 2000년대 들어 탑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가 문을 열면서 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인정시장 등록이 되지 않은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인정시장이 돼야 중소기업청이나 소상공인진흥회의 사업지원을 받아 천막사업, 현대화 시설, 간판사업, 홈페이지 제작 등에서부터 상인대학, 서비스교육, ICT교육 등을 받을 텐데 인정시장 등록이 안 되니까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장산중리시장 상가건물 지하는 콘크리트 철골이 드러나 있고 벽에는 금이 가 있었다. 박 회장은 다른 무엇보다 건물의 안전성 검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해운대 구청의 지원을 받아 가게 빗물을 막는 천막을 만들었으나 이마저도 떨어져 다시 천막공사를 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인정시장 등록을 받아 사업지원을 받을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인정시장 등록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한다고 대답했다. 상인들은 인정시장 등록에 동의하나 건물주들이 세금납부 등을 이유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이를 두고 “자동차 면허 없이 운전하는 심정이다”고 표현하며 “해운대 구청 담당자도 제대로 된 지원을 해주고 싶어 하나 이를 위해선 인정시장이 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를 마치고 시장의 미래가 걱정됐다. 인터뷰에 응하는 상인들에게 어떤 의욕도 못 느꼈으며 인정시장 등록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도 않았다. 앞으로 무등록 시장들이 이렇게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인정시장도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한다면 대형마트, 백화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부평깡통시장이나 수영팔도시장처럼 야시장을 열든지 남문시장이나 부산진시장처럼 혼수용품으로 품목을 특화를 한다든지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상인들이 구청,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진흥센터 등에서 주도하는 정부사업에 지원에 의존하려는 수동적 태도를 버리고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의욕을 불태워야 한다.

또한 자기 상점만 살겠다는 이기적인 태도를 버리고 시장이 함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시장은 상인회나 번영회만의 것도 아니고 구청이나 정부의 것도 아니고 상인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부산시민들도 부산재래시장의 미래를 위해 시장을 찾아줄 것을 권한다. 마트보다 더 싱싱하고 값싸고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기다리는 시장으로 가 줄 것을 부탁한다.

장청희 기자 sweetpea@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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