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은 '규제'와 '시장'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환경 규제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퇴출'이라는 위협 요인이 증가한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경우 새로운 시장의 창출이라는 기회가 있다. 최근 고유가 행진과 온실가스 감축 문제가 세계적인 이슈로 등장하면서 환경·에너지 정책의 변화와 함께 경제구조와 소비패턴의 변화로 기업들은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회장 윤종용, 이하 KEA)는 10여년 전부터 이 같은 환경 트렌드를 IT산업 전반에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경 문제 치료하는 전자업계 '주치의'=KEA는 전자·정보통신 업계의 대표 단체다. 전자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지원과 회원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산업 전반에 친환경 경영을 확산하고 정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흥회는 그동안 에너지 효율성과 재활용률 제고 등 에너지와 환경을 동시에 만족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의 관건이 된다는 점을 전파해왔다. 환경 문제를 생태계나 자원 문제와 연관한 기업의 경제적 역할을 넘어 사회적 책임 구현으로까지 연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KEA는 지난 1999년 현재의 '전자제품재활용공제조합'을 탄생시킨 것을 시작으로 2002년에 삼성, LG를 비롯한 주요 기업의 환경담당 임원이 참여하는 '전자산업환경경영협의회'를 발족시켰다. 2004년에는 전자업계 300여명의 대표 인사와 공동으로 환경친화적인 경영과 제품 생산을 슬로건으로 '친환경 제품생산 선언식'을 개최했다. 진흥회는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전자·정보통신 업계 전반에 환경경영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일조했다.

지난 4월에는 중국에 진출한 기업을 중심으로 환경협의회를 발족시켰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에코랩 상호인증 협약식을 개최했다. 에코랩인증협의회 등 업계의 환경경영 인프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지원 솔루션 제공=KEA는 환경 규제 대응에 소홀할 수 있는 중소기업도 돕는다. 특히 산업기술시험원, 생산기술연구원, 수원대학교, 구미전자정보기술원 등과 함께 중소기업을 위한 유해물질 분석지원 클러스터인 EEA(Eco-Electronics Alliance)를 운영한다. 전자산업부품협력업체(SCEM)를 대상으로 한 환경경영체제 구축과 함께 △그린 KS 개발 △친환경 설계모델 개발 △수도권과 구미, 광주 등 전국 5개 지역에 환경규제 대응 헬프데스크 구축 △친환경 인증지원센터 등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 체계를 갖췄다.

KEA 측은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사전 진단은 물론이고 사후 치료를 다양한 방법을 적용한 입체적인 솔루션을 향후에도 계속 확장할 계획이다.

국제 활동도 강화했다. 중국의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정부 표준화위원회에 해외 단체로는 유일하게 참여했다. 삼성, LG가 인증한 클러스터(EEA)는 양국 간 상호 인증을 위한 사전 연구로 테스트(RRT:Round Robin Test)를 진행한다. 유럽연합(EU)과 중국 등 규제국의 환경전문 변호사 및 컨설턴트를 고용했다. 현지정보를 모니터링하고 법률에 대한 유권 해석을 수행한다. 미국전자단체(AeA), 일본협의회(JBCE), 유럽전자협회(EICTA)와의 정례모임에도 적극 참여한다. EU 규제에 대해 각국의 의견을 조율하는 등 공동 대응하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 사례

KEA는 지난 2005년부터 지식경제부의 지원으로 중소기업들의 환경 규제에 대한 효율적 대응을 위해 안산, 수원, 천안, 구미, 광주 등 거점 지역에 지원 클러스터를 구축해 기업 애로를 실시간으로 해결하고 있다.

지역 내 중소기업들은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애로사항에 대해 컨설팅과 전문가의 현장 진단지도를 받을 수 있다.

그동안 클러스터를 통해 환경문제를 지원받아온 업체는 1400여개가 넘는다. 유해물질 시험분석을 위한 공정진단 기술 지도 등 환경 컨설팅을 받은 업체도 2000여개를 넘는다. 지도를 원하는 업체는 홈페이지(www.ecoe.or.kr)에서 교육과 필요한 환경 컨설팅을 신청할 수 있다. 자격 심사 후 원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다.

KEA 측은 중소기업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지원 폭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보강해 나갈 계획이다. 유해물질 관리를 위한 '전기전자 자기적합성 선언 지침'을 개발하고, 재활용률 기준인 '재활용률 산정방법 및 정보제공' '재질구조개선 사전평가 방법' 등의 표준을 적극적으로 제안, 업계 공통의 표준을 만드는 활동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G프런티어-김성복 정책개발본부장

"최근 3∼4년 동안 환경 규제의 르네상스 시대였습니다. 유럽, 미국, 중국, 일본 등 우리나라 전자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나라들이 생산체계를 환경친화적으로 바꾸고 협력업체와 더 긴밀한 상생 협력을 추구하며 전 과정에서 시스템적 사고로 전환하라는 메시지가 동시다발적으로 떠올랐죠."

김성복 KEA 정책개발본부장은 환경을 중심으로 한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에 자기의 정보를 꽁꽁 묶어두고 누가 볼까봐 염려하던 시대는 지났으며,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경 경영도 공통의 관심사를 터놓고 공유할 때 각 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몇 달 전 친분 있는 중소기업 사장님의 긴급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프린터 부품을 중국으로 수출하는데 중국 바이어가 제품을 샘플조사한 유해물질성적서를 보여주면서 허용 기준이 초과됐으니 제품을 전량 반품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것입니다. 그러나 성적서를 자세히 검토하니 이름이 생소한 분석기관의 보고서였으며, 조사 방법 또한 자체 방식(house method)으로 측정했다고 돼 있더랍니다. 그 후에 다국적 분석기관의 성적서를 다시 받아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더군요."

김 본부장은 이처럼 객관적인 국제표준을 미리 준비해야 규제국의 억지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처지의 기업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흥회는 10여년 전부터 다양한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유해물질관리 등 환경관리지침을 만들어 협력사에 국제표준과 부합된 기준으로 제품을 생산, 관리토록 해야 한다"며 "산업계가 공동의 노력으로 단일 기준을 만들어 복잡한 부분을 단순화하고 각 주체가 역할을 분담한다면 대응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선 개별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차별화한 친환경 정책 및 마케팅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되 산업계 공통프로세스인 시스템 관리체계 구축, 컨소시엄 구성 협력, 산업계 공통가이드 제정 등을 협회를 중심으로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김 본부장은 우리나라도 최근 EU의 WEEE 재활용 분야 국제표준을 제정하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및 LG전자 등 산업계가 재활용 가능율 산정방법, 정보제공 등의 공동가이드 제정 후 국제회의 발표를 통해 의제채택뿐 아니라 프로젝트 리더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에너지와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응한 IT산업의 지속발전전략 기술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며 "솔라셀, 배터리, 발광다이오드(LED) 등 친환경 부품소재 수요 촉진을 위한 그린홈 개발 등 차세대 신성장동력도 적극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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