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무기항 요트 세계 일주 성공
세계 6번째…요트 해양박물관에 전시

   
단독·무기항ㆍ무원조 세계 일주의 대기록을 세운 탐헌가 김승진씨가 27일 거제~부산 항해 후 은퇴한다. 아라파니호로 세계일주하는 김승진씨 모습.

단독·무기항ㆍ무원조 세계 일주의 대기록을 세운 김승진씨(54).

김씨는 27일 장애인 등과 함께하는 항해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해 육상에서 어린이들에게 해양에 대한 꿈과 도전정신을 길러주는 새로운 임무를 맡는다.

23일 전남 목포에서 김승진 씨를 태우고 떠난 아라파니호는 27일 오후 부산 영도구 앞바다에 도착했다.

대한장애인요트연맹 국가대표 박범준 씨, 한국해양대에서 수중로봇을 연구하는 청각장애인 요트인 손현중 씨, 한국해양소년단연맹 소속 청소년 2명이 27일 거제에서 합류해 아라파니호의 마지막 항해를 함께했다.

국립해양박물관이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하나로 마련한 ‘아라피나호와 함께하는 끝없는 도전’ 프로그램에 초청된 이들은 부산으로 오는 11시간 동안 김 씨로부터 세계일주 과정에서 외로움과 온갖 역경을 이겨낸 경험담을 듣고 직접 요트를 조종하는 훈련도 받았다.

아라파니호는 28일 육상에 올려진 뒤 다음달 9일부터 해양박물관 잔디광장에 전시돼 관람객을 맞이한다.

해양박물관은 우리나라 해양사에 한 획을 그은 이 요트를 보존하고자 유물로 매입했다.

2010년 이 요트를 유럽의 크로아티아에서 구입한 김 씨는 ‘바다’의 순우리말인 아라와 ‘달팽이’의 옛말인 파니를 조합해 이름을 붙였다.

김씨는 “달팽이는 느리지만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먼 거리를 이동한다. 요트는 바다를 다니는 탈 것들 가운데 가장 느리지만, 어디든지 갈 수 있다”며 “비록 느리지만 지구 상 모든 바다를 누비고 싶은 소망을 담아 ‘바다 달팽이’로 이름 지었다”고 말했다.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무동력 요트로 길이는 13m, 폭은 3.9m, 무게는 약 9t이다.

아라파니호는 그동안 김 씨와 함께 6만km 이상을 항해했다. 지구 둘레(약 4만km)의 한 바퀴 반이 넘는 거리이다.

2010년 크로아티아에서 김 씨를 새 주인으로 만나 2만km를 항해해 한국에 왔다.

2014년 10월에는 충남 당진시 왜목항을 출발해 중간에 어느 항구에도 들르지 않고 다른 배의 지원 없이 김씨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단독ㆍ무기항ㆍ무원조 세계 일주에 나서 210일간 4만1900km를 달려 지난해 5월 왜목항으로 돌아왔다.

단독·무기항·무원조 세계일부 기록은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세운 것이다. 세계에서는 6번째이다.

아라파니호 선실 안에는 당시 김씨가 매일 하나씩 막대기를 그어 날짜를 계산한 종이들이 그대로 붙어있다.

막대기 옆에는 그날그날의 특별한 상황들이 적혀 있어 항해일지나 마찬가지이다.

김 씨는 이것을 포함해 세계 일주 당시 사용한 모든 장비를 해양박물관에 기증했다.

김형준 기자 samic8315@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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