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에너지 수요관리

에너지관리공단이라고 하면 보통 '한 등 끄기' 캠페인을 주관하는 공공기관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에너지관리공단(이하 에관공)이 준비하는 대한민국 에너지 관리수준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에관공은 에너지 수요를 관리하는 국내 유일의 전문기관이다. 에너지 이용효율 향상과 수요관리, 기후변화협약 대응기반 구축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2005년에 온실가스 등록소를 열었다. 2006년에는 CDM 인증원을 개설, 기후변화협약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 최근에는 태양광주택 10만호 보급 사업, 탄소 펀드 운용 등 에너지 관련 국가 신성장산업의 정책 집행과 투자도 이끈다. 27년 노하우가 오롯이 담긴 국내 에너지 사용현황에 관한 데이터베이스(DB)와 현장 경험도 소중한 자산이다.

◇새어나가는 산업 에너지 '자율 관리'에서 '의무 관리'로=에관공의 산업체 에너지 관리는 그동안 '자율'에 더 큰 무게를 실어줬다. 산업체의 에너지 사용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에너지절약 자발적 협약(VA)'이 대표적이다. VA는 기업이 에너지절약 및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정부가 이행을 공동 관리하는 제도다. 1998년부터 2007년 총 1383개 사업장이 VA에 참여하는 등 협약 건수는 크게 증가했다. 구속력이 없어 기업들이 에너지 감축 목표를 소극적으로 설정하는 경향이 적지 않았다.

에관공은 산업 부문의 에너지 관리를 점진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복안을 마련했다. 먼저,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그룹인 이른바 집중관리그룹(2만toe 이상)을 중심으로 '정부협약(Negotiated Agreement)'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절감 및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정부와 협의해 정하고 이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여기에 '에너지경영시스템(EMS)' 구축도 협약의 필수조건으로 제도화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EMS는 기업이 에너지경영 계획·실행·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전사적이고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고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제3자의 공인기관이 평가, 인증하는 제도다.

에관공은 또 에너지 공급업체들이 에너지 효율 향상 목표를 의무적으로 달성하는 '에너지 효율향상 의무제(EERS)' 도입도 추진 중이다. 법제화 마련을 위한 정책 자문단을 구성했다. 기업에 의무만 가중되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은, 에너지진단 비용의 80%를 국가가 지원해 준다. 또 에너지절약시설, 집단에너지 시설에는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을 3년 거치 5년 분할 상환 조건의 저리로 지원한다. 올해에만 총 6382억원의 에너지이용합리화 자금을 책정했다.

◇2011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5%까지 늘린다=에관공은 지난 2004년에 신재생에너지 원년임을 선포하고 2011년까지 1차 에너지소비량 중 5%(1333만5000toe)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이 같은 계획은 선진국의 70∼90% 수준으로 2006년 기준으로 국내 신재생에너지비중은 2.24%까지 올라섰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핵심기술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전개되고 있다. 특히, 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수소·연료전지 △태양광 △풍력을 3대 중점 개발 분야로 선택하고 전략적 연구개발에 박차를 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신재생에너지를 더욱 많이 이용하도록 신재생에너지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각종 자금을 융자해준다. 세제 혜택도 준다.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할 때 비용의 70∼100%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해주는 지방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특히 대구·광구·울산 등 12개 시도에 신재생에너지로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자급자족하는 시범마을인 '그린 빌리지'를 조성 중이다. 2012년까지 태양광 주택 10만호 보급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내년 3월부터 증·개축 건물까지 포함해 전체면적 3000㎡ 이상의 신규 공공건물에는 전체 건축 공사비의 5%를 신재생에너지 사용에 의무화하는 제도도 시행할 예정이다.

◇기후 변화 협약, 기회로 만든다=에관공은 기후변화대응 관련, 온실가스 감축 수단을 직접 보유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온실가스 통계 시스템 구축 및 감축 잠재량 분석 시스템 개발, 온실가스 감축실적 등록사업(124개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탄소거래 시장 활성화를 위해 탄소펀드(1050억원 규모)도 운용 중이다. 한국투자신탁이 운용하며, 삼성증권·현대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이 판매한다.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에도 투자했다. 온산 로디아에 27.5% 지분을 투자, 연간 915만톤의 CDM 사업에 참여하며 연간 175만톤의 탄소배출권(CER)을 확보했다.

탄소중립 문제에 전 국민이 참여하는 실천형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다. 각 개개인이 탄소 중립을 이루는 것이 목표인 '탄소중립 프로그램'부터 고효율 제품 구매 시 발생한 마일리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온실가스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탄소 캐시백'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성공사례- 車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이해하기 쉽게 바꿔

'소비자에게 탄소배출 정보를, 우리 사회에는 저탄소 소비 문화 정착을!'

지난 8월 1일부터 출고되는 자동차의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표시가 바뀌었다. 자동차 배기량과 상관없이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이 5등급제로 단일화됐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 정보(g/㎞)도 표시됐다.

이번 자동차의 에너지소비효율등급 표시 제도는 에너지관리공단과 전문연구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공동 분석, 연구해 도출한 결과물이다. 기존 제도에서 배기량군별로 등급을 차등 부여한 것을 개정했다. 자동차 효율에 따른 등급별 간격을 2.2㎞/ℓ로 균등하게 적용했다. 소비자에게 등급별 효율기준 및 등급 간 효율 차이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추진했다. 특히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 표시를 신설했다. 소비자가 선택하고자 하는 승용차 모델에 따라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소비자가 3등급 대신 1등급 승용차를 선택하면, 연간 약 440리터, 연료비 73만원(휘발유 기준)의 에너지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연간 1톤 줄일 수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이번 등급 표시 개정은 고유가 및 기후변화 시대에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고려한 것으로 고효율 자동차 보급 활성화에 큰 힘을 실어줄 것"이라면서 "EU 주요 국가들처럼 국내에서도 자동차 등급과 세제 제도를 결합한 다양한 정책도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자동차 외에도 냉장고와 에어컨·세탁기 등 에너지사용 제품에도 현행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도 효율표시와 함께 CO₂배출량을 함께 표시하도록 관련 규정을 손질하고 있다. ◆ G프런티어/ 김형진 신재생에너지보급실장

"우리나라는 주거특성상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이 50%가 넘습니다. 이는 태양광 주택 보급에 큰 이점입니다. 정부도 올해부터 단독주택뿐만 아니라, 공동주택의 태양광 발전설비 지원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김형진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보급실장은 2012년까지 추진하는 태양광주택 10만호 보급 사업을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에관공은 태양광 발전설비가 아직까지 고가여서 정부는 설치 희망자를 대상으로 총설치비의 일정액을 무상 지원해준다.

김형진 실장은 "태양은 무연료·무공해, 무소음·무진동 에너지원"이라면서 "국내외 에너지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의 기술개발 및 보급이 필요한데, 태양광 주택 사업은 핵심 사업 중 하나인데다가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별도 예산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태양광 보급량의 90% 이상이 독일과 일본·미국에서 이뤄진다. 김 실장은 "특히 독일과 일본의 시장 성장이 두드러진다"면서 "일본과 독일 태양광 시장의 성장에는 가정용 시스템 보급에 초점을 둔 지원 정책의 힘이 컸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주택은 지붕이나 옥상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직접 전기를 생산한다. 태양열 장비를 설치, 온수를 이용하는 태양열 주택과는 다르다. 전기를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전기를 팔 수도 있다.

"국내 태양광 주택은 이점이 많습니다. 한국전력과 상계거래계약을 해두면, 태양광 전력이 남을 때 계량기가 거꾸로 회전해 결국 월 전기요금이 차감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국내 가정용 전기료에 누진제가 적용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기요금 절감효과가 매우 큽니다."?

태양광 주택에 관심이 있다면 에관공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좋다. 지역과 월평균 전기 사용량을 고려해 태양광주택으로 전환 시 얼마나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는지 자동 계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태양광·풍력 등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를 완화하는 가장 적절한 수단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엄격히 규제하는 기후변화협약의 대응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지요. 태양광 주택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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