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임기 내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내 주식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개헌 자체가 주식투자자들이 관심을 두는 변수가 아닌 만큼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4.74포인트(0.73%) 오른 2,047.74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4.19포인트(0.21%) 오른 2,037.19로 출발한 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에 힘입어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장중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 소식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은 기대를 선반영하면서 움직였다가 현상이 가시화되면서 차익을 조정해 나가는데 사전에 개헌에 대한 시장 기대가 전혀 없었다”며 “경제적으로 이렇다 할 함의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용대인 동부증권 리서치 센터장도 “개헌 이슈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에 반영할 만한 이슈가 아니다”라며 “개헌 논의는 수급 여건에서든, 자금 시장에서든 변수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간간히 개헌 논의가 진행됐지만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개헌을 한다고 해도 국회를 통과하고 국민투표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이 돼야 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굳이 재료의 성격을 놓고 본다면 증시에 플러스(+)로 작용할 요인은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호재냐 악재냐를 이분법적으로 굳이 구분해 본다면 약간 악재로 볼 수 있다”며 “개헌을 놓고 서로 공방만 벌이고 말 것으로 예상되는데 갈등 구조라서 증시에 좋을 건 없다”고 예상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도 “보통 증시가 제일 경계하는 게 불확실성”이라며 “아직 개헌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5년 단임제 대신 중임제, 내각책임제 등 어떤 방향이 거론돼도 대단히 큰 변화와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개헌이 과거 박 대통령의 발언처럼 ‘블랙홀’로 작용할 경우 경제 살리기에 역량을 모으는 대신 정치 공방만 확산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류용석 팀장은 “미국이 대선을 마치고 내년 새 경제 정책을 짤 것으로 예상되는 등 내년 세계 각국은 다양한 경제 정책을 펼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우리만 내년의 화두가 경제 대신 정치에 쏠리는 형국이 된다면 이 역시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일 수 없다”고 예상했다.

아직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5년 단임제를 연임제나 중임제로 변경할 경우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이사는 “현재의 5년 단임제는 집권 1년차 구조조정 2∼3년차 경기 부양, 4∼5년차 레임덕 등으로 정책의 연결성이 없고 매크로에 미치는 영향력도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며 “따라서 연임제를 시행하면 미국처럼 7∼8년간 안정적인 경기 상황을 유지하므로 집권 후반기의 변동성이 작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종우 센터장은 “개헌에 성공해서 중임제가 실현된다고 해도 거시적으로 봤을 때 5년 단임제와 별반 다를 게 없다”며 “어차피 시간문제일 뿐 레임덕이 오는 건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NBN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