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언제까지 석유를 캐내 쓸 수 있을까. 석유의 고갈 시점이 30년 앞으로, 혹은 50년 앞으로 다가왔다는 식의 연구 결과는 꾸준히 나왔다. 그런데 채굴 기술이 발달하고 새로운 매장지를 찾으려는 노력이 지속되면서 석유의 시대는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석유 고갈이 머지않았다는 우려는 ‘양치기 소년’에 불과한 것일까. 확실한 것은 한 번 쓴 석유는 다시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가가 오르면서 그간 개발이 어려웠던 지역에서도 신기술을 동원해 석유를 캐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 투자 부담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치솟고 있다. 더구나 이산화탄소(CO?) 배출과 이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는 인류에게 ‘석유 중독’에서 벗어나라는 메시지를 계속 전한다. 석유의 시대를 넘어 ‘저탄소 시대’로 가기 위한 노력은 이제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지금 쓰는 에너지의 양을 줄이고 효율은 높이는 한편 태양열·지열·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효율과 비용 부담은 석유·석탄과 같은 화석 연료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기술 개발이 필사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화학공업 중심의 경제 구조로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국인 우리나라로선 탄소 배출이 적은 산업 구조로 옮겨간 선진국과 달리 ‘포스트 교토의정서’ 등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국제적 움직임에 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자원도 부족한 나라여서 신재생에너지 기술 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매달려야 하는 형편이다. 이런 기술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거대 시장을 창출해낼 전망이다.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연료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전후방 산업 연관효과가 커 제조업에 비해 일자리 창출효과가 2∼3배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저탄소 녹색성장’을 향후 비전으로 제시했다. 최근 ‘국민과의 대화’에서 “녹색성장이라는 용어가 생소하지만 선진국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우리가 녹색성장 시대를 열어도 되고 안 열어도 되는 환경적인 측면은 넘어갔다”고 말하는 등 ‘녹색 기술’을 강조했다. 우선 새 에너지원의 개발이란 측면에서 태양, 조류, 바람 등 고갈되지 않는 자연의 힘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의 개념이 등장한 지 30여년. 그간 비용과 효율의 문제로 상용화가 거의 진척되지 않았지만, 최근 유가가 급등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상용화의 길을 걷고 있다. 포톤컨설팅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의 세계 시장규모는 올해 430억달러에서 2011년 1210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태양광 발전의 전기 생산 비용이 1㎾당 700원으로 화력발전의 10배에 달한다는 점이다. 태양광 발전은 정부 보조금 없이는 유지되기 힘든 산업이다. 태양전지의 원소재인 폴리실리콘도 가격 급등과 수급 불균형이 지속됐다. 실리콘 사용량을 줄인 박막형 전지나 염료로 인공 광합성을 일으키는 염료감응형 태양전지 등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낮은 효율을 극복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나노 및 신소재 기술 등을 활용, 태양전지 자체의 효율을 높이고 신뢰성·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존 에너지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력의 낭비를 막고 효율적인 사용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스마트그리드가 대표적인 예. 전력선을 기반으로 모든 통신·정보 인프라를 한 시스템으로 통합, 전기 사용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불필요한 부하를 줄여준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거대 빌딩의 난방·조명·전력 사용 등을 조정할 수 있는 건물정보시스템(BIM) 구축에 열을 올린다. 자동차 회사들은 배터리를 장착, 가솔린 엔진과 병행해 쓸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내년 선보일 계획이다. 한세희기자 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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