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주덕 논설위원

어제(20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범죄 혐의 전반에 상당한 공모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대통령에 대해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 자료를 근거로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범죄사실과 관련해 상당 부분이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적시해 박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막후 실세인 최 씨를 위해 각종 역할을 한 피의자들이 박 대통령의 구체적 또는 암묵적 지시에 따라 이 같은 행동을 한 사실을 확인한 결과다. 검찰은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범죄 혐의 공소사실에서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인지해 입건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 차원에서 두 재단을 출범시키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인지, 최 씨 측의 이권 챙기기 행보를 인식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지시 또는 묵인했는지가 핵심 사항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받는 혐의는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추가 출연 강요, 최씨의 대기업 이권 강요, 청와대 문건 유출 등 전반에 걸쳐있다.

검찰은 체포 후 최대 20일 이내에 피의자를 재판에 넘겨야 하는 형사소송법 원칙에 따라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 ‘최순실 씨 국정 농단 파문’의 큰 조각들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헌법상 불소추 특권에 따라 재임 중에는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으나 검찰은 대통령 대면조사 등 추가 수사를 통해 특검 출범 전까지 대통령의 정확한 역할을 계속 규명할 방침이다.

검찰은 그동안 최순실·우병우 늑장 수사로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 뒤늦게 사상 최대 규모의 수사팀을 꾸려 노력 끝에 대통령의 혐의를 밝혀냄으로써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뒀다. 검찰은 내주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예정된 만큼 특검 전까지 박 대통령이 최 씨 등의 국정농단 행위에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개입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정의를 세우기 위한 피나는 노력과 진실한 모습을 보여 ‘정권의 검찰’이 아닌 국민의 검찰로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내달 초 특별검사가 임명되는 점을 고려할 때 최 씨 등의 ‘국정농단’ 전모를 총체적으로 규명하는 것은 특검의 몫이 될 것이나 특검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기존 검찰의 수사가 튼튼한 밑바탕이 돼야 함은 더 이상 말할 나위가 없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함께 추천할 예정인 특검은 역대 12번째 특검으로서 최순실 씨 국정농단 실체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인 만큼 수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켜 한 점 의혹이라도 남겨선 안 된다. 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는 물론 특검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지만 우리에게 있어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의 전모를 밝히는 일은 너무나 중요하다. 기존에 조사한 문건 유출, 기밀 누설, 정부의 정책·이권 ·인사 개입, 문화·연예계 전반에 걸친 외압 의혹 외에도 정유라 씨의 부정입학, 삼성의 승마 훈련 지원, 우 전 수석의 비리 감찰 직무 유기 또는 방조 의혹 등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최순실 씨 국정 농단 파문의 실체적 사실관계를 파헤치고 국기문란에 대한 엄정한 법률 적용의 잣대를 세워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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