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어킴 "윤종신과 대중적인 음악 해보고 싶었죠"

  

   
 
   인디음악계 실력파로 미스틱89 합류…싱글 '마녀 마쉬'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눈꼬리가 올라간 날카로운 눈매, 야무지게 다문 입술. 여성 솔로가수 퓨어킴(본명 김별·28)은 범상치 않은 첫인상처럼 자신의 생각을 '똑 부러지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윤종신이 이끄는 기획사 미스틱89에 합류했다.

   윤종신도 그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묘한 이미지와 재치있는 입담에 끌려 그 자리에서 구두 계약을 했다. 윤종신은 앞서 퓨어킴이 2012년 인디레이블 비트볼뮤직을 통해 발매한 앨범 '이응'을 듣고 그를 좋아하는 뮤지션으로 꼽더니 '러브콜'을 한 것이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한 퓨어킴은 "대중적인 음악을 해보고 싶었는데 윤종신 프로듀서와 대화하며 자연스러운 끌림이 있었다"며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자신의 음반을 내는 분이고 발라드 싱어송라이터지만 지금도 회자되는 노래인 '팥빙수'를 만든 안목이 있어 믿음이 갔다. 실제 작업해보니 내 장점을 최상으로 끌어내 주는 분이더라"고 신뢰를 나타냈다.

   이곳에서 처음 선보인 싱글 제목은 '마녀 마쉬'.

   음악에 대중적인 코드를 불어넣고 싶었다는 퓨어킴의 바람처럼 이 곡은 가요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멜로디 진행이 복고풍 가요의 뉘앙스를 물씬 풍긴다. 여기에 공일오비(015B) 출신 정석원의 세련된 편곡과 퓨어킴의 음산한 목소리가 더해지자 색다른 맛을 냈다.

   '매혹적인 마녀'라는 콘셉트는 윤종신이 제시했다. 퓨어킴은 중세시대에 마녀사냥으로 단두대에 오른 여성을 떠올려 가사를 직접 썼다.

   "'난 자아가 투철한데 넌 왜 마녀라며 귀찮게 하니'란 내용의 가사를 썼어요. 요즘 젊은이들에게 세태에 끌려 다니지 말고 '진정 원하는 게 뭔지', '왜 사는지' 등 자아를 생각해보자는 메시지죠."

   친근한 가요도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할 수 있는 건 그의 독특한 음악 이력 덕이다.

   그는 고교 시절 교환 학생으로 미국 오클라호마로 유학을 떠났다. 한국인이 드문 시골 마을이었고 홈스테이를 한 가정에는 64살의 장애인 할머니만 있어 대화 상대가 없었다. 외로워하던 차에 교회 목사로부터 기타와 하몬드 오르간 등의 악기를 배우면서 소리에 빠져들었다.

   2005년 미국 버클리음대 프로페셔널뮤직과에 입학한 그는 2008년 졸업했지만, 음악을 취미로 하고 다른 일을 할 생각이었다. 2009년 할리우드의 웹 에이전시에서 말단 직원으로 일했다. 그러나 그해 여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는 꿈을 꿔 펑펑 울면서 잠에서 깼다. 그 감정을 음악으로 표출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병가를 내고 곡을 썼어요. 동생, 친구들과 홈레코딩을 하고 뮤직비디오를 찍은 곡이 첫 음반 '맘 앤 섹스'(Mom & Sex)의 첫 트랙인 '이츠 하드 투 비 어 도터 오브 어 우먼 러브드 바이 갓'(It's Hard To Be A Daughter Of A Woman Loved By God)이었어요. 이 곡이 터닝 포인트가 돼 앞으로 음악을 하고 살 거라고 주위에 공표했죠. 하하."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2010년 유튜브에 공개하자 큰 화제가 됐다. 그가 영상에서 풍만한 가슴이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고 칼로 멜론을 자르는 장면은 전위적이기까지 했다.

   '맘 & 섹스' 음반에 이어 가내수공업으로 작업한 정규 앨범 '이응'도 인디음악계에서 실험적인 음악 세계로 조명받았다. '이응'에는 수록곡 제목이 '아', '야', '어', '여'…'이'로만 돼 있어 신선했다.

   그는 "그간 가사를 영어로 쓰는데 익숙했다"며 "한글 가사를 쓰고 싶었는데 제목을 짓는 게 힘들더라. 그래서 '아'란 곡의 가사는 '아'로, '야'란 곡은 '야'로 시작해 완성했다. '가갸거겨…' 보다 '아야어여…'의 '이응' 발음이 동그랗고 예뻤다. 사람도 둥글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이처럼 소박하게 음악 하던 시절을 넘어 그는 이제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마녀 마쉬'를 애피타이저로 미니앨범 등 메인 요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어떤 음악 장르를 하고 싶다기보다 제가 하고 싶은 게 차오르면, 영감이 떠오르면 그걸 들려줄 거예요. 개인적으로 작사, 작곡 활동도 활발히 하고 싶은데 아이돌 가수의 음악에 가사를 써보고 싶네요."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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