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주덕 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내일로 다가왔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헌법이 정한 절차대로 자유의사에 따라 표결에 임한다는 방침 하에 친박계는 탄핵 찬성파 비박 의원들을 설득할 계획이다. 야3당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6일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면담에서 ‘탄핵 대신 4월 퇴진’에 협조해달라는 뜻을 밝혔음에도 비박계가 ‘탄핵 불가피론’으로 기울자 상황 굳히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야당은 사실상 ‘24시간 비상체제’를 가동해 탄핵추진 관련 기구들의 활동을 점검하고 있다. 7일에는 국회에서 탄핵 촉구 공동결의대회를 개최해 야당 공조체제를 굳건히 하면서 탄핵안 가결을 위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국무총리실도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거의 확실시 되는 만큼 가결되는 상황에 대비해 조심스럽게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헌법에 따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므로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당시 고건 전 총리의 행보를 ‘교본’으로 삼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 국민의 입장에서 불안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외교·안보와 치안 분야에 안정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금 대한민국은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있다. 지난 10월 하순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최순실 씨 ‘국정농단’ 파문으로 인해 거의 50일간 국정이 마비상태에 놓여 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경제와 안보문제에 큰 구멍이 뚫려있으며 대외적으로는 국격이 많이 훼손된 상태다. 민간인의 전례 없는 ‘국정농단’으로 공직사회는 심한 자괴감에 빠져있고 각 기관들이 내놓은 비관적인 경제전망은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제사정이 좋지 못한 가운데 내년에는 우리경제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창군 이래 처음으로 군 내부 전용 사이버망이 북한으로 추정되는 외부 해킹세력에 뚫린 충격적 사건이 일어났다. 군사비밀을 포함한 일부 군사자료가 유출된 것이다. 최악의 경우 우리 군의 작전계획을 새로 작성해야 할지도 모르는 심각한 사건이다.

매주 계속되는 촛불집회는 회를 거듭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모여 지난 6차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32만 명이 청와대 100m 앞까지 접근해 분노를 표출했다. 최순실 씨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고 국정조사 특위에선 두 차례의 청문회를 개최했으며 특검수사가 시작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3차례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국민들에게 설명했으나 국민들의 분노만 치솟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오늘은 야3당과 무소속 의원 171명이 발의한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다. 24시간을 경과한 뒤 탄핵안은 가결 또는 부결되는 결론을 맞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절차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치권도 냉정을 찾아야 한다. 광장 민심에 편성해 위헌·위법적인 주장을 해선 안 된다. 청와대와 정치권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들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국가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선공후사(先公後私) 정신을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영광된 미래를 위해 자신들의 잇속을 과감히 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촛불과 탄핵에도 대한민국은 전진해야 한다. 혼란 중에 자신들의 입지를 먼저 생각하는 개인과 집단만이 있다면 이 나라에 미래가 없다. 국가 지도층이 솔선수범(率先垂範)해 탄핵 이후 국정을 추스르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고난을 뚫고 영원히 지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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