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이면 1경원 규모의 시장으로.’

전 세계 전력시스템의 혁신으로 거대 규모의 전력설비 시장이 열린다. 핵심은 스마트그리드(Smartgrid)다. 미국·유럽 등에서 노후화된 설비 교체 등과 맞물려 개발 및 관련 논의가 상대적으로 먼저 일어났지만 중요성은 시간이 갈수록 강조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전력시스템 혁신과 함께 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미국·EU의 스마트그리드=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해 말 제정한 ‘에너지 자립과 안전 법안(EISA)’에 스마트그리드 관련 내용을 명시했다. 2020년까지 △국가 송전망 및 배전망 고도화 △수용가 전력사용 효율화 등을 이룬다는 게 골자다. 유럽에서도 EU 차원에서 스마트그리즈(Smartgrids)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스마트그리드는 기존보다 업그레이드된 전력망을 아우르는 큰 개념이다. 전력서비스를 디지털화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 수용할 수 있고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플랫폼이다. 홍준희 경원대 교수는 “통신처럼 스마트그리드가 플랫폼이라면 원전은 2조5000억원짜리 단말기고 형광등은 1000원짜리 단말기인 셈”이라고 비유했다.

◇왜 스마트그리드인가=일차적으로 전력서비스의 안정성이 확보된다. 미국 전력인프라는 건설된지 60년이 넘었다. 게다가 전력민영화 이후로는 송·배전 설비 투자도 부족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2001년 캘리포니아지역 대규모 정전 사태나 60억달러의 피해가 집계된 2003년 8월 중동부지역 정전 사태 등이 이로 인한 대표적 사고다. EU도 2006년 발표한 ‘스마트그리즈 비전과 전략’ 보고서에서 “(전력설비가) 대체로 40년을 초과해 대규모 교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 확산에도 중요하다. 신재생에너지 확산은 대형 발전소, 원전 외 다수 소규모 발전설비 위주의 분산발전 체계를 구축한다는 의미다. 자연력에 의존하는 태양광·풍력 등은 발전량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전력망이 사방팔방에서 들어오고 변동하는 전기량을 지능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현재는 분산발전원이 많아지면 전력공급 안정성이 떨어진다. 유럽 스마트그리즈가 특히 환경보전과 에너지안정공급에 초점을 맞췄다. 무엇보다 ‘전기’사용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전체 전기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추적,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다. 현재 전력망은 이런 게 불가능해 최대 사용량(피크)을 높게 예상한다. 권영한 전력IT사업단장은 “가전제품 수요관리를 잘 하면 피크타임 전력 사용량은 50%, 총 전력사용량은 15% 줄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스마트그리드를 통한 수요관리는 환경 등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아 더 좋다”고 말했다.

◇“시장을 선점하라”=국내 도입 이득도 이득이지만 전 세계 스마트그리드 시장도 엄청나다. 미국·유럽 업그레이드 수요가 충족되면 그때는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이 열린다. ‘월드에너지아웃룩(WEO) 2006’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세계 전력설비 시장 규모는 자그마치 11트릴리온(trillion), 1경원 이상이다. 2030년이면 이 시장 중 상당 부분이 스마트그리드와 연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중국·동남아 등도 선진국 사례를 따라 전통적인 전력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스마트그리드를 적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그리드가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그리드라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형 스마트그리드가 동남아나 중국에 적용된다면 배전반, 발전소, 원전 등 각종 전력 ‘단말기’의 동반 진출 효과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권영한 단장은 “단시간에 열리는 시장은 아니지만 분명히 IT라는 우리나라 강점을 살린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최순욱기자 cho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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