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이 1일(현지시각) 상원을 통과했다. 상원은 이날 표결에서 7천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및 예금 보호한도 확대, 1천1백억달러 규모의 세금감면 조항 등이 포함된 법안을 찬성 74표, 반대 25표로 가결했다. 상원의 구제금융법안은 이송 절차를 거쳐 오는 3일 하원에서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월스트리트는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의 눈과 귀가 이제 하원의 움직임에 쏠려 있다. 미국 상원이 1일 표결을 통해 가결한 구제금융 법안은 당초 정부와 의회지도자들이 합의했던 법안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예금자 보호와 세금 감면, 회계기준에서 시가평가의 유예 등의 조항을 추가했다. 지난달 29일 하원에서 부결됐던 법안과 비교해볼 때 정부가 7천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회사들의 부실 채권을 매입한다는 핵심 내용은 그대로 유지됐고 공적자금의 승인도 절반씩 나눠 단계적으로 집행토록 해 의회가 통제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 역시 비슷하다. 이밖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회사의 경영진에 대해 거액 보너스와 보수를 제한토록 한 것과, 부실채권 매입의 대가로 정부가 주식지분을 확보토록 한 조항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새로 추가된 내용은, 시중은행의 연쇄 도산에 따른 예금자들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예금보호 한도를 현행 10만달러에서 25만달러로 한시적으로 확대한 것과 중산층에 대한 세금감면, 그리고 기업의 연구개발비와 대체에너지 사용 등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선물파생상품을 시가평가하도록 함으로써 대손 상각 부담을 키우고 있는 시가평가제를 유예토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예금보호 한도의 확대 수정내용 가운데 핵심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계좌당 10만달러까지 지급을 보장하는 예금보호 한도를 25만달러로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조항이다. FDIC의 예금보호 제도에 가입한 시중은행들의 경우 이런 조항에도 불구하고 보험부담이 추가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대신 FDIC는 재무부로부터 무제한으로 차입할 수 있는 임시 권한을 보장받아 예금보호 한도 확대에 대응토록 했다. 이런 조항들은 워싱턴뮤추얼과 와코비아 등 대형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잇달아 여타 대형은행에 인수됨으로써 예금자들의 동요가 일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다. 이번 또 예금보호 한도를 증액하면 은행의 입장에서는 유동성이 증가하는 효과가 생긴다. 특히 거액계좌를 보유한 부유층 유권자가 많은 지역구의 의원들 입장에서는 이 조항으로 인해 구제금융 법안을 지지할 유인이 생겼다는 분석도 있다. ◇세금 감면조치 수백만명의 중산층이 1년간 대체최저세율(AMT)의 유예를 통해 세금감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또 풍력, 태양광, 에탄올 등 대체에너지의 사용과 전기자동차 구입 등에 따른 인센티브와 세금감면 혜택이 제공된다. 예컨대 태양광 발전용 패널을 구입할 경우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기업이 새로운 시장개척이나 연구개발 등에 대해서도 세액공제를 적용, 감세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회계기준에 시가평가의 유예 회계기준상 시가평가를 유예하도록 하는 권한을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부여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시가평가제는 선물상품의 계약에 대해 만기 도래후의 예상 가격을 적용하는 대신 현재 시장에서 처분해 받을 수 있는 가격을 적용하기 때문에 시황이 나쁠 경우 투자자들이 장부상으로 큰 손실을 보게 된다. 대형 금융회사들이 천문학적인 규모로 손실을 상각처리해야 하는 것을 유예해주는 효과가 있다. 이 조항이 시행될 경우 구제금융 없이도 경색된 자금 시장이 움직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타 내용 건강보험회사들에 대해 정신질환에 대해서도 다른 질병처럼 건강보험의 혜택을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조항이 추가됐으며, 농촌지역 학교에 대한 지원 내용도 포함됐다. 1989년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엑손발데스의 원유유출 사건을 둘러싼 소송에서 발생한 수입에 대해 세금부담을 낮춰주는 내용도 들어갔다. 이런 조항들은 개별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포함됐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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