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덕 논설위원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와 함께 구조조정을 시사, 자동차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 GM이 차지하는 비중(승용차·상용차)은 작년 기준 7.4%로서 10년 전의 10%를 웃돌던 시절과 비교하면 역대 최저 수준이지만, 여전히 현대·기아차 다음이다.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되면 국내 자동차 생산능력은 그만큼 축소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더욱 낮아지게 된다.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411만4913대를 기록해 2016년의 422만8509대보다 2.7% 줄었으며, 자동차 생산 세계 7위인 멕시코 보다 불과 4만 대 정도 앞서 있다.

반도체와 더불어 한국경제를 떠받쳐왔던 자동차산업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위기 상황에 빠져있는 사실이 안타깝다.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불황이 지속돼 자동차산업의 생존을 걱정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위기 탈출의 해법 모색이 절실하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거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사드(THAAD)·무역 보복으로 위기를 맞았다. 그나마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G2 시장에서의 부진을 메울 정도는 아니다. 미래 자동차 시장 경쟁에서도 세계적인 경쟁 업체들에 밀리며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이에 더해, 자동차 노조의 해마다 계속되는 강경 투쟁은 자동차산업에 대한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보복이라는 돌발 변수에 경쟁력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전에는 노조가 강경하게 나오더라도 판매가 뒤를 받쳤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매우 어렵다.

국내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업체인 현대·기아차는 2010년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500만 대를 넘어선 이후 고속 성장을 해왔으나 2015년 800만 대를 넘어서며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외부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안방을 잠식당하고 있다. 여기에 통상임금 이슈까지 등장하면서 가격 경쟁력마저 잃어가고 있다. 수입차 시장점유율 확대와 통상임금 이슈는 완성차 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부품 업체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산업의 인건비는 계속 오르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2011~2015년 5년간 평균 임금 상승률은 5.1%로 폭스바겐(3.3%), 도요타(2.5%)보다 높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분석에 의하면 국내 완성차업체 5곳의 근로자 1인당 연봉은 9313만 원(2015년 말 기준)으로 도요타(7961만 원), 폭스바겐(7841만 원)보다 많다고 한다. 반면 생산성은 한참 떨어진다. 한국에서 자동차 1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26.4시간으로 도요타(24.1시간), GM(23.4시간)보다 오래 걸린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전체적으로 다시 살아나려면 늪에 빠져 있는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 ‘국가 경제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대승적 관점을 갖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이를 과감히 실현해야 한다. 이번 한국GM 사태를 국내 자동차산업에 대한 ‘위기 경보’로 받아드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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