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자원빈곤국인 우리나라에서 유전·광산 개발이 한창이다. 원유나 일반적인 금광자원을 채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톤씩 쏟아져 나오는 폐비닐류를 재활용한 재생연료나 매연저감장치 촉매로 사용된 폐백금을 회수·정제한 백금을 이르는 ‘도시유전’ ‘도시광산’이다. 필요성은 느끼지만 정책적·기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시유전, 도시광산을 위한 리사이클링 실태와 개선점을 상·하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코리아리사이클시스템(K.R.S)은 매달 600톤의 폐비닐을 수거해서 화력이 뛰어난 재생연료(RPF)로 재활용하고 있다. 창고에는 온갖 종류의 물건을 포장했던 폐비닐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있다. 폐비닐 덩어리를 기계에 넣으면 열처리를 통해 떡가래처럼 생긴 RPF가 쏟아진다. RPF는 석탄보다 화력이 뛰어나 인근 공장에서 값싼 대체연료로 인기가 높다.

폐비닐수거와 열처리 공정에 적잖은 비용이 들지만 정부는 RPF제조사에 톤당 13만5000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폐비닐 재생사업은 수익성이 좋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K.R.S는 지난해 겨우 적자를 면했고 정부보조금이 없으면 하루도 공장가동이 불가능하다. 여타 폐비닐 재생업체 50여 곳도 어려운 경영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유는 현행 EPR제도가 커버하는 폐비닐류의 대상품목이 너무 좁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04년 쓰레기로 간주되던 필름포장재를 EPR대상에 포함시켰다. 재활용할 폐비닐은 음식료품, 농축산물, 의약품, 세제, 화장품 등 5개 품목의 포장재로 규정했다. 정부는 5개 품목의 포장재만 수거해도 생활 쓰레기의 80%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몇 년 사이 폐비닐 중에서 EPR 품목에 포함되지 않는 필름 포장재의 비율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요즘 판매되는 각종 선물, 의복, 양말, 기저귀 등은 겹겹이 포장되면서 비닐쓰레기가 늘고 있다. 심지어 널리 사용 되는 일회용 쓰레기 봉투도 EPR에서 제외된다.

한국플라스틱자원순환협회는 전국에서 쏟아지는 생활계 폐비닐 쓰레기 중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EPR 대상은 절반도 안된다고 추정한다. 게다가 폐비닐류는 뭉치로 뒤섞이면 플라스틱병처럼 EPR대상만 따로 구분하기 힘들다. RPF제조사는 쓰레기차에서 쏟아낸 폐비닐 2톤을 가공해도 1톤의 처리비용만 정부에서 보조받는 실정이다. 폐비닐을 많이 재활용할 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다. 재활용 쓰레기 중에서도 폐비닐은 리사이클링 비율이 가장 낮다. 연간 100만톤씩 버려지는 폐비닐의 재활용률은 10%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필름포장재의 경우 EPR품목의 대폭 확대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RPF 제조업체인 K.R.S의 이상국 이사는 “고유가시대에 아까운 석유자원(폐비닐)을 그냥 태우거나 매립해서는 안 된다. EPR제도의 포장재 처리대상을 현행 5개에서 10개 품목으로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도 필름포장재의 EPR대상 확대에 대해서 긍정적 검토를 하겠다는 반응을 비쳤다. 배일한기자 bailh@
배일한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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