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에 국유림 불하받은 형제복지원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군사정권 시절 국내 최대 인권유린 행위가 자행된 형제복지원 부지가 1977년 2월 국가로부터 형제복지원 법인에 1천461만원에 불하된 계약서. 형제복지원은 24년 뒤 이 땅을 한 건설사에 223억7천800만원에 팔았다. 이 문서는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형제복지원 관련 문서를 정보공개신청해 받았다. (사진제공=연합)

지원받고 문어발식 사업확장·재산 2만배 증식…현재 220억대
부채 181억원, 국고 귀속 시 실익 없을 수도…"은닉재산 추적 필요"

 

군사정권 시절 551명이 숨지는 등 국내 최대 인권유린 행위가 자행되고도 명맥을 유지해온 형제복지원에 대한 진상규명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부산시가 뒤늦게 설립허가 취소를 검토 중인 이 법인의 재산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형제복지원은 1987년 각종 인권유린 행위가 드러나면서 사회문제화됐지만 이후에도 수차례 형제복지지원재단, 느헤미야 등으로 법인명을 바꾸고 27년째 각종 수익사업을 하며 재산을 불려왔다.

부산시는 2012년 형제복지지원재단(2012년 당시 형제복지원 이름)에 대한 특별점검을 해 법인의 사회복지사업법 위반과 행정처분 불이행 등을 이유로 현재 허가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3일 부산시에 따르면 현재 형제복지원의 법인명인 느헤미야의 법인재산은 토지 16만7천60㎡, 건물 3동 1만6천969㎡로 환가액 기준 221억원으로 법인 설립 초기와 비교하면 수치상으로 2만배가량 증식됐다.

   

헐값에 국유림 불하받은 형제복지원
군사정권 시절 국내 최대 인권유린 행위가 자행된 형제복지원 부지가 1977년 2월 국가로부터 형제복지원 법인에 불하를 승인한 계약서. 이 땅을 1천461만원에 매입한 형제복지원은 24년 뒤 이 땅을 한 건설사에 223억7천800만원에 팔았다. 이 문서는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형제복지원 관련 문서를 정보공개신청해 받았다. (사진제공=연합)

 국가기록원에서 입수한 형제복지원 관련 문서에 따르면 형제복지원이 부산진구 용호동에서 아동보호시설을 운영할 당시인 1965년 법인 재산은 111만1천166원이었다.

형제복지원은 한 은행 소유 땅을 불법 점거하다가 소송 끝에 쫓겨난 뒤 1975년 북구(현 사상구) 주례동 산 11번지 일대 국유지로 이전했다.

애초 임대형식으로 사용하던 땅 2만8천310㎡(8천579평)을 2년여 만에 1977년 2월 1천461만원에 국가로부터 매입했다.

형제복지원이 1975년 부산시와 부랑인 일시보호사업 위탁계약을 맺은 뒤 공익사업이라는 이유로 국유림을 사실상 헐값에 불하받은 것이다.

   

형제복지원 설립초기 재산 111만원
군사정권 시절 인권유린 행위로 진상규명 움직임이 일고 있는 형제복지원의 초창기(1965년) 법인 재산이 111만1천166원으로 나와있다. 이 문서는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형제복지원 관련 문서를 정보공개신청해 받은 문서다. 형제복지원의 현재 법인재산 규모는 221억원 상당으로 2만배 가량 불어났다. (사진제공=연합)

 이 땅은 24년 만인 2001년 한 건설사에 건물을 포함해 223억7천800만원에 매각돼 20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남겼다.

형제복지원은 땅값 외에도 1979년 법인 정관 변경을 통해 각종 수익사업으로 법인자산을 불려왔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 사하구 빅월드레포츠(2002년 매입, 2011년 48억원 매각)를, 사상구 사상해수온천(2004년) 등을 잇달아 매입하고 본격적인 수익사업에 뛰어들었다. 복지시설과 동떨어진 화장품사업에도 손을 댔다.

형제복지원은 정작 단 하나의 목적사업인 중증장애인시설 '실로암의 집'에는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부산시 허가 아래 수익사업은 문어발식으로 확장한 셈이다.

   

형제복지원 (사진제공=연합)

 부랑인보호시설 운영 당시 매년 10억∼20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았고 정신요양원, 중증장애인요양시설 신축 시에도 3억원이 넘는 구 예산을 지원받는 등 형제복지원은 국가지원 속에 성장했다.

또한 30여개동에 이르는 기숙사, 교회 등 거대한 형제복지원 시설 대부분을 원생들의 강제노역으로 만들었다.

이외에도 법인재산 중 일부 건물을 이사장 사위가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임대해주면서도 임대료는 한 푼도 받지 않는 등 사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부산시가 설립 50여 년 만에 느헤미야의 허가를 취소하면 220억원에 달하는 사회복지법인 재산은 국고 귀속 절차를 밟게 된다.

   
▲ 형제복지원 << 연합뉴스DB >>

하지만 현재 법인은 221억원의 기본재산과 맞먹는 181억원의 부채를 갚지 못해 소송에 휘말린 상태여서 실제 귀속재산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 부채는 법인이 사상해수온천 리모델링 목적 등으로 모 저축은행으로부터 빌린 118억원의 원금과 연체이자 63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부산시는 법인에 총 3차례에 걸쳐 60억원의 장기차입허가를 내줬고 법인이 원금과 이자 등을 갚지 못하자 2009년 118억원의 장기대출을 다시 승인해줬다.

박민성 부산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형제복지원은 국가 지원 등을 받아 만든 복지시설을 사유화한 전형"이라며 "이사장 등이 불법적으로 법인재산을 횡령한 것은 물론 상속, 증여 수단으로 이용한 정황도 있어 이에 대한 추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박 이사장과 그의 아들 등이 법인자금 18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최근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 법안이 발의됐다.

시민사회단체는 법인재산 외에 박 이사장 친인척 일가가 보유한 국내외 재산 규모가 1천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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